"민주주의로 가야"…中 정치체제 비판한 20대 청년 행방 묘연

3 days ago 7

출처=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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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정치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건 20대 청년의 행방이 열흘 넘게 묘연해지면서 정치 탄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중국 쓰촨성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대형 흰색 현수막 3장이 내걸렸다.

붉은 글씨로 적힌 문구에는 "체제 개혁 없이 민족의 부흥은 없다", "무제한 권력을 가진 정당은 인민에게 필요하지 않다", "중국은 방향을 제시할 자가 필요 없으며, 민주주의가 그 방향이다" 등 현 중국 정치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현수막을 제작해 게시한 인물은 메이스린(梅世林)이라는 1998년생 남성으로 알려졌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이스린이 사건 직후 중국 당국에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구금됐는지, 어디에 수용돼 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메이스린은 청두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재직 중 노동 분쟁을 겪었고, 억울함을 당국에 호소했지만 외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전에 지인에게 "1년간 이 시위를 준비해왔다"며 신분증 사진을 건네고 자신의 메시지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법률 전문가들은 당국이 해당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전복 선동’ 혐의 대신 ‘소란 유발’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메이스린과 관련된 게시물은 웨이보 등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완전히 검열된 상태지만 엑스(X·구 트위터) 등 해외 플랫폼에서는 관련 사진과 소식이 확산되고 있다.

엑스 이용자들은 메이스린을 “진정한 영웅”으로 칭하거나 그를 과거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과 동일 선상에 놓으며 그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이스린을 '쓰촨의 펑리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펑리파는 2022년 베이징에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하며 '시진핑 퇴진'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던 인물이다.

그는 이후 구금됐으며, 미국의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에 의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현재까지도 펑리파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그의 가족들 또한 중국 당국의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메이스린 사건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중국 당국에 그의 소재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HRW의 중국 연구원 얄쿤 울루욜은 "펑리파 역시 구금된 이후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메이스린의 행방을 공개하고,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모든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강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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