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소수 입장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면 언젠간 대세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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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5 10:25 수정2026.05.05 11:04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늘 소수의 길을 걸었다. 2015년 업계 5위권에도 못들던 미래에셋증권이 한때 업계 1위였던 KDB대우증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땐 안팎의 반발이 거셌다. 장부가보다 6000억원을 더주고 인수합병(M&A)에 성공하고 나서도 '승자의 저주'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다. 2018년 '듣보잡' 운용사였던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5200억원에 샀을 때도, 2022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3000억원을 지원 사격했을 때도 그랬다. 이후 미국 우주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에 1조1000억여원(고객 자산 포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자 "증권사가 왜 벤처투자를 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다수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박 회장의 결정은 몇년 뒤 하나 둘 '옳은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대우증권을 인수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되겠다던 그의 포부는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미래에셋그룹의 운용자산(AUM)은 1300조원, 글로벌X와 미래에셋증권이 미국 유럽 호주 등 전세계 시장에서 운용하는 ETF 자산 규모는 4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스페이스X 투자로 그룹이 벌어들일 평가이익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미래에셋증권이 벌어들인 세전이익 2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스페이스X 투자로 회수하는 셈이다.

“지금의 소수가 앞으로도 소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다는 게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이고 내 비즈니스 경험이다. 소수의 입장이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박 회장은 글로벌 투자플랫폼이 출범하는 2026년을 '미래에셋 3.0'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그는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창업이 '미래에셋 1.0', 2015년 대우증권 인수가 '미래에셋 2.0'이라면 올해부터 미래에셋그룹이 완전히 환골탈퇴하는 3.0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증권사·투자은행(IB) 중심의 틀을 넘어 투자와 자산관리, 디지털 금융을 아우르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주식·가상자산·대체투자 등 모든 자산의 투자가 가능한 미래에셋 MTS가 홍콩 싱가포르 중국 미국 등 전세계에서 출시된다. 기존 증권업의 사업 영역을 해체하고, 투자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담겠다는 전략이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2023.12.12 사진=한경 최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2023.12.12 사진=한경 최혁 기자

박 회장은 “국내 증권사의 개념 자체를 깨려고 한다”며 “기존 금융사의 경계를 넘는 회사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래에셋은 글로벌 IB라는 표현보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더 맞다”며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미래에셋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미국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M&A을 미래에셋 도약의 분기점으로 제시했다. 그는 “미국 증권사를 인수하고 로빈후드와 경쟁 체제를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의 기업가치가 로빈후드를 넘어설 수도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또 한국 금융산업이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대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의 큰 흐름은 저축에서 투자로 가는 것인데, 이를 읽지 못해 증권업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업은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 한 재고가 없는 산업”이라며 “제조업과 달리 자본 효율성이 높고, 자산이 커질수록 수익성이 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에셋의 자산관리(WM) 부문 성장세를 언급하며 “WM 자산이 최근 수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2030년에는 WM 부문에서만 연간 5조원 수준의 이익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현주 회장 "소수 입장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면 언젠간 대세 된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이 있기까지는 회장님의 M&A가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 때는 ‘고가 인수’ 논란이 컸는데요.
“당시 장부가보다 약 6000억원을 더 주고 인수했습니다. 전체 인수 금액이 약 2조4600억원이었는데, 시장 가격 대비로 보면 약 60% 높은 수준이었고 지분가치 기준으로도 65% 정도 프리미엄을 준 셈입니다. 자산가치 기준으로는 약 2조2000억원 수준이었고, 당시 주가도 낮아 PBR 1배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PBR 1.5~1.6배 수준까지 베팅했습니다. 마지막에 가격을 일부 조정하긴 했지만 거의 1.6배에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상당히 강한 베팅이었고 시장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었습니다. 실제로 대우증권 내부에서도 ‘생각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라고 놀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글로벌X 인수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글로벌X 인수 당시에도 JP모건이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JP모건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시한 가격이 JP모건이 투자했던 가격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대우증권, 미국 글로벌X, 캐나다 호라이즌ETFs 인수 등 일련의 투자에 공통된 전략이 있었습니까.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의 디지털화입니다. 우리는 뮤추얼펀드 중심 구조에서 ETF 중심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글로벌X, 호라이즌 등을 인수한 것입니다. 단순 운용사가 아니라 디지털 기반 투자 플랫폼으로 가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금융의 중심은 서구(Western)에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 산업을 키우려면 아시아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매우 전략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철학 측면에서도 일관된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과거 투자에서 가장 크게 성공했던 사례를 보면 한국이동통신,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기업들입니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왜 저걸 사느냐’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량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였습니다. 지금의 스페이스X 투자도 비슷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X(구 트위터)를 인수하고, X머니와 스페이스X의 자금 흐름을 보면서 확신을 갖고 투자했습니다. 현재까지 전체 투자 규모는 고객 자산을 포함해 약 1조1000억원 수준입니다. 정확히는 약 1조900억원 정도입니다. 다만 이 투자도 쉽지 않았습니다. 내부뿐 아니라 고객 설득도 어려웠고,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고객도 있습니다.”

스페이스X 투자에 대한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스페이스X를 팔 생각이 없습니다. 단기적인 주가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져갈 계획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투자 철학입니다. 올해 평가이익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중요한 것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 성장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것입니다.”

미래에셋이 지향하는 ‘글로벌 IB’ 개념도 일반적인 의미와 다르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IB는 단순한 대출(론)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해주는 구조가 아니라 ‘투자’ 자체를 의미합니다. 즉 투자 플랫폼입니다. 현재 미래에셋 운용자산은 약 1300조원 수준이고, 자산운용 부문은 약 550조원입니다. ETF만 해도 해외 250조원을 포함해 전체 약 400조원에 육박합니다. 이런 구조 자체가 이미 투자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의 생각은 한국에만 있지 않습니다. 지금 회장실의 고민도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중국에 있든 중요한 것은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미래에셋의 차세대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요.
“이제 미래에셋은 글로벌 IB라는 표현보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더 맞습니다.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미래에셋이 돼야 합니다. 기존 증권사나 투자은행(IB) 중심의 틀을 넘어 투자와 자산관리, 디지털 금융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이를 미래에셋 3.0이라고 봅니다. 국내 증권사의 개념 자체를 깨려고 합니다. 기존 금융사의 경계를 넘는 회사로 진화해야 합니다. 한국 주식을 하던 고객이 그대로 해외 투자를 하고, ETF와 자산관리(WM), 연금, 디지털 자산, 결제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홍콩부터 열었고, 앞으로 미국과 싱가포르 등으로 계속 붙여 나갈 것입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여는 과정입니다.”

올해도 미국 증권사를 비롯해 해외 증권사의 M&A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계십니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증권사 인수합병(M&A)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외에 일본 증권사 인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밑에서 서너건의 M&A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미래에셋은 로빈후드 모델로 가게 될 것입니다. 로빈후드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미래에셋의 기업가치가 로빈후드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가치로 보면 자기자본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이미 로빈후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단순한 금융회사가 아니라 성장하는 금융플랫폼으로 봐야합니다.”

▶예전엔 주목받지 못했던 증권주가 올해 들어 급등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최근 1년 간 500% 오르면서 국내 증권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국내 증권업이 그동안 저평가됐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시장의 큰 흐름은 저축에서 투자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읽지 못해 증권업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증권업은 제조업과 다릅니다. 재고가 없는 산업입니다. 감가상각 부담도 작습니다. 자산이 커질수록 수익성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증권업을 과거 브로커리지 산업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플랫폼 산업으로 봐야 합니다. 한국 증권사들의 PBR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재평가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 로빈후드의 걍우 PBR이 8배 정도 됩니다. 금융·투자업은 아직 리레이팅이 덜 됐습니다.
국내 금융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사를 골드만삭스 같은 전통 투자은행과 비교하는 것은 시착오적입니다. 이제는 로빈후드 같은 디지털 투자 플랫폼과 비교해야 합니다. 전통 IB 수익모델보다 모바일 투자 플랫폼, 자산관리, 결제, 투자 생태계 확장성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미래에셋의 경우 WM 자산이 2022년 대비 3년 반~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30년에는 WM 부문에서만 연간 5조원 수준의 이익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난 4월 한달 기준으로 WM 부문의 세전 이익이 2300억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3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것은 단순 중개 수수료 이야기가 아닙니다. 랩어카운트, 연금, 글로벌 자산배분, 디지털 자문, 프라이빗뱅킹(PB) 등을 모두 포함한 플랫폼 수익입니다. 우리 고객 포트폴리오를 보면 삼성전자, 미래에셋증권,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습니다. 반도체를 계속 이야기해 왔고, 고객 수익률도 좋은 편입니다.”

해외법인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미래에셋은 국내 증권사로만 보면 안 됩니다. 인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거점이 이미 구축돼 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커지면 올해 해외법인에서만 연간 1조원 넘는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글로벌로 분산된 수익 구조까지 갖춘 전통적인 회사와 비교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습니다. 성장산업에 있는 회사를 왜 낮게 평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인도 법인은 현지 증권·자산관리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고 있고, 미국에서는 ETF와 대체투자 부문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계 금융 역사에서 우리 정도 구축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미국에도 없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금융회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벤처캐피털도 잘하지만 우리와는 다릅니다. 우리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투자합니다. 단순히 펀드만 받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같이 만들어 놓고 투자하기 때문에 강합니다.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는 현지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간다고 하면 대부분 받아줍니다. AI 분야 투자는 초기 단계부터 프리 IPO까지 전 단계에 걸쳐 진행할 계획입니다. 유망 기업이 있으면 프로젝트별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합니다. 벤처 투자에서는 1조원 규모 펀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내에서도 M&A 관련 프로젝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좋습니다. 운용은 올해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 이상, 증권은 올해 3조원 가까이 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X와 타이거를 포함한 ETF 운용자산은 400조에 육박합니다. 글로벌 사업은 앞으로도 굉장히 좋을 것으로 봅니다.”

▶ ETF 사업은 미래에셋 전략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ETF 성공은 시작입니다. 한국 ETF 시장은 상품 진열과 라인업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입니다. 미래에셋이 테마형·전략형 ETF를 선도하며 시장 판을 바꿨습니다. 블랙록은 훌륭한 회사입니다. 다만 강점은 S&P500, 나스닥100 같은 초대형 패시브 상품입니다. 미래에셋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글로벌X 등을 통해 차별화된 테마형 ETF에서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앞으로 4~5년 내 ETF 시장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X의 경우 현재 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1조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외 운용사들은 대부분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운용 부문 세전 이익은 약 4000억원으로,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인도에서도 약 700억~800억원의 이익이 났습니다.”

▶ 스페이스X 등 해외 성장주 투자 기회는 어떻게 보시나요.
“스페이스X 상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물량 배정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1차 파일링을 마친 상태이고, 2차 절차와 코너스톤 투자자 배정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규모는 큽니다. 테슬라 투자만 약 30조원, 전체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약 250조원에 달합니다. 이 중 일부만 이동해도 상당한 자금 흐름이 생깁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해외 ETF 상품은 이미 다양한 자산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종목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서비스입니다.”

▶최근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금 시장은 궁극적으로 반도체 장세입니다. 지수 자체보다 어떤 산업과 종목이 성장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전체 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도체를 나쁘게 보면서 다른 업종만 좋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업종은 이미 PER 50~70배 수준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도체와 금융·투자업은 아직 더 볼 여지가 있습니다.”

▶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을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전 세계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나라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입니다. 투자업계에 있는 사람들도, 경제신문도 반성해야 합니다. 자꾸 거버넌스를 이야기하는데 이념에 갇혀 있습니다. 기업 경쟁력을 봐야 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보면 경쟁력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잘못된 시각입니다. 기업은 각기 전략과 문화가 있습니다. 하나의 잣대로 일률적으로 줄 세울 수 없습니다.”

▶AI 시대 투자 기회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AI 산업은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프라는 반도체,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등 하드웨어와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합니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은 AI를 활용한 서비스입니다. 로보틱스, 헬스케어 플랫폼, 자율주행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투자도 결국 이 두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AI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개념 정리가 돼 있어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로보틱스는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 모델입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이 발전한 것과 비슷합니다. 앞으로 피지컬 AI, 즉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관련 기업 주가도 이를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애플리케이션 분야는 훨씬 다양하게 확장될 것입니다. 반려동물 케어, 노인 돌봄, 의료, 가정용 로봇 등 여러 모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집에서 집안일을 도와주는 휴머노이드가 나오면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박현주 회장 "소수 입장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면 언젠간 대세 된다"

▶디지털 자산과 토큰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유통과 발행의 분리가 중요합니다. 거래 구조, 자금세탁 방지 등 제도 정비도 필요합니다. 증권사는 이런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결합한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습니다. 로빈후드, 소파이 같은 플랫폼이 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승자는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통합한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벤처캐피털(VC) 자금의 회수를 위해서는 토큰화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유통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비상장 자산의 거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상장 기업 지분을 분할·거래하는 구조가 혁신입니다. 토큰증권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VC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추진은 어떻게 보시나요.
“은행은 이미 예금 기반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오히려 기존 예금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해외 주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필요한 기능입니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보통예금의 적이 될 수 있는데, 왜 은행이 앞장서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미국에서도 은행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지만, 한국에서 디파이(DeFi)가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하고 이를 공격적으로 추진할 국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디파이 개념이 한국에서 쉽게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과세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은 글로벌 경쟁에 대비돼 있나요.
“국내 시장은 과점 구조 속에서 경쟁이 부족했습니다.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도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산은 분산이 기본 원칙입니다. 특정 국가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의미가 제한적입니다.”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자금을 활용해 벤처·모험자본 육성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단순한 펀드가 아니라 투자회사 형태의 구조가 필요합니다. 한국투자공사(KIC)나 국민연금처럼 지속가능한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민간 투자자와 협력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벤처·모험자본을 위한 기금을 추가로 조성하되, 투자회사 수준의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 체계도 마련해야 합니다. 정책펀드이자 민간펀드라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벤처 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연 20%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인프라 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5~10%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큰 규모의 자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기 규모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구조 설계입니다. 리벨리온에 2500억원, 산업은행 500억원, 민간 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은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매칭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기업에는 사회적 소명감과 책임감이 있습니다. 해외 투자만 해서는 안 됩니다. 국내 투자도 병행해야 합니다. 저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확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치고나가야 자본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AI시대에는 반도체가 핵심입니다.”

박현주 회장 "소수 입장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면 언젠간 대세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VC도 설립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글로벌 VC 거점 전략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요.
“올 초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장기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국 등 주요 지역을 방문했는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벤처 자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뉴욕에도 법인이 있지만 추가로 거점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현재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은 미국,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에 거점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더블 체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현지 투자심사역을 채용해 실리콘밸리, IB 출신 전문가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영자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문제는 아닙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분리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사회의 핵심 기능은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경영자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면 오히려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지배구조를 평가할 때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봐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을 보면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그렇습니다. 반면 일부 기업은 겸직 구조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단일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 선택의 문제입니다. 시카고 학파가 소액주주 자본주의를 얘기한 뒤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업이 단순한 지배구조를 떠나 경쟁력으로 생존력이 결정됩니다. 경쟁력을 어떻게 갖느냐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 AI 시대 조직 운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AI 레볼루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어느 조직이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AI 혁신에 맞게 변하고 있습니까.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미래에셋은 올해부터 디지털 발전을 감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디지털 부문의 발전이 없는 부서는 KPI를 0점으로 평가합니다. 전년도와 현재를 비교해 평가합니다. IT본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마인드입니다.”

▶기술 발전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챗봇이 발달하면서 개인화가 심화될 것입니다. 예전처럼 부모에게 묻지 않아도 챗봇이 더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부모의 말은 잔소리로 들릴 수 있고, 존중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식과 부모, 부부 관계에서도 대화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많아지면서 뇌의 한계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집에 가도 대화할 소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혼과 사랑의 의미도 바뀔 것입니다. 단순한 관계 유지로는 부족합니다. 앞으로는 사랑을 느끼는 관계를 더 찾게 될 것입니다. 과거와 같이 위로받는 사랑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같은 방향을 보고 이야기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관계가 중요해집니다.
단순한 기능적 관계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외로워질 수 있고, 동반자 같은 관계가 중요해집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북유럽처럼 결혼의 의미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녀의 삶은 자녀의 몫입니다. 배우자도 소유의 대상이 아닙니다. 사랑은 상호적인 것이지,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은 사랑이 아닙니다. AI시대에는 앞으로 자녀들도 독립적이고 사회성 있게 키워야하고 교육방식도 바뀌어야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면 생활 방식도 크게 바뀔 수 것입니다.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등으로 서로에게 느끼는 고마움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는 더 강화될 것입니다. 가정용 로봇이 집안일을 돕고 의료·돌봄 서비스도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삶의 방식 전반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사랑과 공감의 가치는 더 중요해집니다. 챗GPT 같은 기술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사람 간 공감은 다릅니다.”

박현주 회장 "소수 입장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면 언젠간 대세 된다"

▶인구 고령화와 은퇴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고령화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와 달리 은퇴 이후에도 수십 년을 살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합니다. 개인과 사회 모두에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투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일을 즐기며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생의 성공은 뭘까요. 첫번째 건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인생은 실패한 것입니다. 마흔을 넘으면 건강에 대한 관심을 습관적으로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AI가 정보와 판단을 제공할 겁니다. 두번째는 돈관리입니다. 좋은 투자회사와 컨설턴트를 만나는 게 중요해질 것입니다. 셋째는 건강과 관련된 것이지만 인지능력을 잃지않도록 해야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은퇴 이후 행복한 삶을 유지하려면 은퇴 전에 건강을 유지해야합니다. 은퇴 이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고 성공은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 건강함을 느끼는게 행복한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스트레스 받고 일하지 않습니다.
저는 고령화와 은퇴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주목해왔고 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자산만 70조원입니다. 우리나라 금융권 1등입니다. 은퇴 후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정보가 홍수인 시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인사이트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 AI시대 투자와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사이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본질을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직관력이 중요합니다. 직관은 감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보고 전체적인 매크로 상황을 머리에 넣어 놓고, 상황이 벌어지면 여기서 무엇을 잡아야겠다고 판단하는 것이 직관입니다. 감이나 촉은 맞았다, 안 맞았다로 나뉩니다. 직관과는 다릅니다. 큐리어시티(호기심)가 있어야 합니다. 투자에서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지, 그 변화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서는 영역입니다.
또 투자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는 큰 방향이 중요합니다. 세부 전술보다 장기적인 흐름을 봐야 합니다. M7 중심의 투자 구조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글로벌 순환 구조 속에서 움직입니다. 미국과 한국 시장을 오가며 자금이 흐르기 때문에 한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의미가 제한적입니다. 기업들도 내수 산업만 하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기술과 사회 변화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개인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지만 동시에 더 외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인사이트와 직관을 기르는 사람만이 투자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전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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