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태국 촌부리에서 진행된 안양의 동계전지훈련 도중 나란히 서있는 주장 이창용(왼쪽)과 유병훈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배에는 돛도 있고 사람도 필요하겠지만, 배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닻’도 필요하다. 이창용이 그런 닻같은 선수다.”
FC안양 유병훈 감독(49)의 한마디는 주장 이창용(35)이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창용은 “감독님의 말을 곱씹어보니 주장으로 묵묵히 동료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기대하신다는 걸 느꼈다”며 “특별히 뭘 더 하겠다는 것보다, 차분히 뒤에서 동료들을 돕는 조연 역할을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응답했다.
이창용은 강원FC, 울산 현대, 아산무궁화, 성남FC를 거쳐 2022년 안양에 합류한 뒤 K리그2에서 경험을 쌓으며 주축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2022시즌 32경기(3골), 2023시즌 21경기(2도움), 지난 시즌 25경기에 출전하며 수비진의 중심을 지켰다.
2024시즌 안양의 K리그1 첫 승격 과정에서도 이창용의 기여는 빼놓을 수 없다. 안양은 36경기 36실점으로 K리그2 최소실점 2위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사상 첫 1부 승격을 이뤘다. 이창용은 9월 무릎 부상으로 시즌 막판 출전하지 못했으나,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하나로 묶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올 시즌도 이창용은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안양이 치른 K리그1 17경기 모두에 출전했고, 이 중 15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안양은 가장 최근 경기인 이달 28일 강원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승점 20(6승2무9패)의 리그 9위를 지켰다. 당장은 중위권에 위치해 있지만, 승격 첫해임에도 매경기 끈질긴 경기를 펼치며 1부 안착이라는 목표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유 감독은 오랜 시간 이창용을 지켜보며 그를 정신적 리더로 세워왔다. 강원전 이후 그는 승리의 공신인 이창용에 대해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을 잘 이끌고 중심을 잡아준다. 배가 떠밀려가도 그 자리를 지켜주는 닻처럼 앞으로도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치켜세웠다.
이창용도 유 감독을 믿고 있다. “K리그1은 K리그2보다 선수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감독님의 매뉴얼을 따르다 보니 1부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감독님의 전술대로 뛰다보면 우리의 장점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고, 감독님에게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승격팀치고는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만, 감독님께선 ‘그 말에 속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남은 시즌도 감독님의 전술을 따르며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양의 항해에서 유 감독은 키를, 이창용은 닻을 맡아 팀을 함께 이끌고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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