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불안 증폭 … 로펌업계 대응 분주
세종·광장·율촌 등 TF 꾸려
'발등에 불' 기업 상대 설명회
업무상 지휘·감독이 관건
프리랜서 단순 계약해지도
부당해고 분쟁 비화 가능성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단순한 프리랜서 계약 해지도 곧바로 부당해고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위탁·도급·프리랜서 형태로 장기간 일한 인력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퇴직금 청구는 물론 부당해고 구제 신청, 정규직 전환 요구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업 부담이 크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1일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로펌들은 오는 5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는 근로자 추정제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종·광장·율촌·화우 등 주요 로펌은 내부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세미나와 프리랜서 활용 사업장 대상 교육, 컨설팅 등을 준비 중이다. 김앤장 인사노무그룹은 '노동정책 TF'를 꾸리고, 이미 기업들을 상대로 관련 자문에 나선 상태다. 태평양도 최근 기업고객을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로펌 업계는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업무상 지휘·감독' 여부가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해당 인력을 실제로 지휘·감독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약 형식이 아닌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이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외형상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출퇴근 의무를 두지 않았더라도 수시로 업무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거나 회의 참석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화우의 홍성 변호사는 "기업이 '지시하지 않았다'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부작위를 입증하는 것은 소송법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로펌들은 제도 도입 이후 근로자성 분쟁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노무제공자 입장에서는 입증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에 기존에는 다투지 않았을 사안도 소송·진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쟁 유형으로는 계약 종료를 둘러싼 부당해고 분쟁과 퇴직금·연차수당·각종 법정수당을 청구하는 금전 소송이다. 개인사업자와 체결한 위탁 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에 근거해 해지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해당 인력이 근로자로 추정되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계약 종료에 정당한 이유가 필요해진다. 이 경우 단순한 계약 해지가 곧바로 부당해고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계약 종료 전후 구제 신청이 급증할 수 있다. 퇴직금은 계약 종료 직후 곧바로 청구할 수 있고,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근 3년치까지 소급 청구가 가능해서다.
장기적 계약 관계를 맺었다면 기간제법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4~5년 이상 기업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던 프리랜서가 계약 종료 이후 "2년을 초과해 사용된 만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리스크는 분쟁이 한 건에 그치지 않고 동일 직군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상 책임이 민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형사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민감하게 보는 대목이다. 근로자로 인정된 뒤 임금체불이나 근로시간 규정 위반 등이 문제 되면 사용자는 손해배상 책임뿐 아니라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 형사처벌 위험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종수 세종 변호사는 "계약 해지가 곧 해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나 퇴직금 청구는 기업 입장에서 타격이 매우 큰 사안"이라며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근로기준법상 각종 책임이 적용되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활용하던 때와는 법적 책임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로펌들은 앞으로 기업들이 계약 구조와 실제 업무 운영 방식 전반을 근로계약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드러나도록 정비해야 근로자성 분쟁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율촌은 '업무상 지휘·감독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업무 수행 시간과 장소를 근로제공자 스스로 정했는지, 업무 방식과 순서도 스스로 결정했는지 등을 보여주는 자료를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우는 기업이 업무 시간을 관리하거나 상시적인 지시·보고 체계를 두지 말고 업무의 결과물만 요청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봤다. 업무 요청 역시 과업 범위와 납기만 제시하고 수행 방식은 맡기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행 근로자 추정제는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기준도 모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정 사업자로부터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얻었거나 같은 업무를 1년 이상 계속 수행한 경우처럼 정량 기준을 법에 명시해, 어떤 경우에 근로자로 추정할지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현재처럼 근로자 추정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면 소송이 광범위하게 제기될 수 있다"며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종을 일률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1년 이상 계속 노무를 제공했는지, 다수의 상대방에게 노무를 제공했는지, 실제 노무 제공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구체화한 개인사업자 활용 표준지침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추정의 효력 범위를 법률에 분명히 적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금, 연차수당, 부당해고 구제 등 민사·노동 사건에는 적용하되 형사처벌 판단의 근거로까지 확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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