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은신 하메네이, 사망대비 후계자 3명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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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차남은 포함 안돼” 보도
“네타냐후도 하메네이도 싫다”
이란 청년들 “둘 다 악” 비판

하메네이(왼쪽), 네타냐후.

하메네이(왼쪽), 네타냐후.
“네타냐후도 하메네이도 싫다. 두 명의 ‘악(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분이다.”

22세 이란 청년 아레주 씨가 20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3일 이란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1989년부터 장기 집권 중이지만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억압적인 신정일치 통치로 일관하는 자국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모두 싫다는 의미다.

BBC는 이번 전쟁이 발발한 후 2022년 9월 ‘히잡 의문사’에 따른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던 이란 젊은층을 집단적으로 인터뷰했다. 다만 인터뷰 대상자의 신변을 우려해 그들의 성(姓)은 밝히지 않았다. 당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는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체포됐고 3일 만에 의문사했다. 전국적으로 거센 반정부 시위가 일었지만 결국 당국에 진압됐다.

인터뷰에 응한 이란 젊은이들은 아레주 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7세 여성 미나 씨 또한 “현 정권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도 우리의 구세주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고한 이란 시민이 죽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불의’”라며 “현 정권도 이 전쟁도 반대한다”고 외쳤다.

일부 응답자는 이란 정부의 여론 통제로 인명 피해가 커졌으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반(反)이스라엘,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라 씨(27)는 “이스라엘이 공습을 앞두고 대피 경고를 발령했지만 이란 당국이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고 (일부러) 사망자 수가 증가하도록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다”고 했다.

이에 시마 씨(27)는 “이스라엘이 하는 일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들이 시작한 걸 마무리하길 바란다”며 “하메네이, 혁명수비대 간부, 이슬람 시아파 최고 성직자 들을 없애줬으면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나비드 씨는 “이번 전쟁의 여파로 현 정권이 무너진다고 해도 이스라엘이 이란 민간인을 죽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국 이란 당국의 편을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가 자신의 사망을 대비해 후계자 후보로 고위 성직자 3명을 지명했다고 이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이 3명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때 후계자로 거론됐던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56)는 3명 안에 들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권력 세습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하메네이는 암살을 경계해 수도 테헤란 모처의 지하 벙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든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극소수 보좌관을 통해서만 외부와 소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자신의 사망이 신정일치 체제를 수호하는 이란 보수층을 결집시킬 것으로 보고 ‘죽음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그가 최근 거듭 ‘순교’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하메네이가 정권 붕괴를 맞더라도 지난해 12월 러시아로 도피한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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