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데이터 이용계약 [지평 테크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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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리포트

보건의료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데이터 이용계약 [지평 테크레이더]

정진주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입력 : 2026.04.02 07:00

사진설명

보건의료데이터는 그림의 떡?

보건의료데이터는 AI 기반 의료기기 개발, 환자 맞춤형 치료, 의료기관 운영 최적화 등을 위한 핵심적 자원입니다. 202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산업 시장이 연평균 37.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금융 분야 데이터 산업 시장 보다도 부가가치유발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보건의료데이터가 막대한 가치와 파급효과를 갖는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고, 정부는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무엇이 문제인가?

2022년 산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산업계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 데이터 관련 전문인력 및 기술 인프라의 부족, ▲ 양질의 데이터 부족, ▲ 데이터 활용처의 제한 및 거래 시장의 비활성, ▲ 법ㆍ제도적 제약 등을 꼽았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 및 보건의료데이터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데이터 전문인력 양성 지원사업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습니다. 병원별 데이터 품질 및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 지원 사업도 꾸준히 시행되어 왔습니다. 정부 주도로 데이터 수집 및 저장을 통한 환류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관련 전문인력 및 기술 인프라의 부족, 양질의 데이터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요소는 본질적 문제가 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통신ㆍ네트워크를 이용한 임상데이터 수집을 허용하고 가명정보 및 익명정보를 활용한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동의를 면제하는 내용의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제정되어 2026. 1. 24.부로 시행되었습니다. 보건의료 분야 정보의 전송요구권 제도 시행을 골자로 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도 시행 중이며,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표준을 제시하고 심의 등 절차를 간소화한 개정 가이드라인도 시행 중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법ㆍ제도적 제약을 더욱 완화하기 위한 특별법의 제안 및 가이드라인 제ㆍ개정 작업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소들을 제거하려는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 왔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발전을 위한 여건은 차곡차곡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의 상대적 부진이 해소될까요?

[제미나이]

[제미나이]

병목은 ‘데이터 계약’

많은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사업이 실증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멈춥니다. 흔히 기술이나 데이터의 부족, 또는 규제 문제를 지적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더 자주 마주치는 병목은 기술도, 규제도 아닌 데이터 활용 계약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제도 운영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정부가 양질의 보건의료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보건의료데이터는 병원 등 의료기관에 있습니다. 정부 주도로 국립대학교 병원의 임상데이터를 연계하고 개방하는 디지털 의료정보 교류 시스템 구축 사업도 추진되고 있으나 1, 2차 병원이 보유하는 기초 보건의료데이터를 포괄하지는 못하며, 데이터 제약으로 인한 오류(Hallucination) 우려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병원으로부터 보건의료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데이터의 소유권과 이용권, 이용의 조건과 범위, 보상방안 등이 불분명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병원 입장에서 의료데이터 제공은 단순한 정보 이전이 아닙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및 이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의료법」에 따른 보건의료데이터 처리의 책임은 여전히 병원에 남아 있고, 데이터 활용 결과에 대한 사회적 및 윤리적 책임 역시 병원이 부담하게 됩니다. 권리는 넘겨도 책임은 남는 구조 속에서 병원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합리적 선택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이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산업의 발전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 수집과 제공, 활용을 위한 계약 단계에서의 데이터 활용 범위, 책임 주체, 수익 배분 구조를 명확히 설계하지 않는 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실제 활용에는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계약의 명확성이 부족할 경우, 이를 활용하려는 산업계와 병원 간 신뢰는 무너지게 되며, 협력이 어려워집니다. 보건의료데이터 분야 산업의 경쟁력이 기술이 아닌, 법적으로 예측 가능한 계약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는 이유입니다. 의료데이터는 기술 자산이기 이전에 법적 자산이며, 그 활용의 성패는 계약서에서 이미 절반 이상 결정됩니다.

나가며

보건의료데이터 산업의 발전은 결국 데이터 이용계약의 구조와 법적 책임의 명확화에 달려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입니다.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법적 예측 가능성을 갖춘 데이터 계약이 마련되고, 이로써 데이터 활용 범위, 책임 주체, 수익 배분 구조를 명확히 할 수 있을 때, 이를 기초로 법적 구속력 있는 협력과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고 보건의료데이터 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평 테크레이더]에서는 ­AI, 데이터,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급변하는 법·제도 환경을 기업ㆍ기관 실무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정진주 변호사는 약사 출신 변호사로서 지평 IPIT그룹 및 AI바이오헬스케어센터에 소속돼 지적재산권, 제약 ∙ 바이오 ∙ 의료 관련 소송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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