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설계사가 계약 초기에 일시금으로 받던 수수료 구조를 바꾸고, 계약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받는 ‘분급’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보험을 오래 유지할수록 설계사의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로, 불완전판매나 승환계약 등 업계 고질 문제를 줄이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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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보험개혁회의 후속 조치로 ‘보험판매수수료 개편 세부방안’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및 설계사·GA(법인보험대리점) 등 실무 이해당사자들이 총 20여 차례 이상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결과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장기 계약 유지’ 유도다. 현재는 계약 첫 해 설계사에게 수수료의 대부분이 선지급돼, 계약 이후의 유지관리 활동에 대한 유인이 떨어지고 불완전판매·승환계약을 유도하는 부작용이 컸다. 이에 오는 2027년부터 수수료를 7년간 나눠 받도록 바꾼다. 특히 계약 체결 5~7년차에는 장기유지 보너스도 추가로 지급해 장기계약에 대한 설계사의 경제적 보상도 확대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초기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상품 설계 시 반영된 ‘계약체결비용’ 내에서만 집행해야 하고, 계약 유지기간 동안에는 매월 0.8% 이내의 유지관리수수료를 추가 지급할 수 있다.
이어 보험사의 과도한 수수료 경쟁에도 제동이 걸린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초기 사업비 부담이 줄자, 일부 보험사들은 이 틈을 타 과도한 수수료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수수료가 상품별 예정 금액을 초과해 집행되거나, GA를 중심으로 ‘시책’ 등의 이름으로 편법 지급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상품위원회 권한을 강화해 상품 개발·출시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사업비 적정성을 검증토록 하고, 대표이사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또 상품별 수수료 총액을 설계사 보수와 간접비(공통비)로 구분하고, 이들이 계약체결비용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한다.
한편,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정보 비대칭이 커 소비자가 수수료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설계사들은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경향이 컸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6년부터 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상품별 수수료율을 비교공시하고, 수수료 수준을 ‘매우 높음~매우 낮음’의 5등급으로 분류해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500인 이상 대형 GA는 설계사가 상품별 수수료 등급·순위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비교 대상 보험사 전체 목록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선택한 보험상품은 반드시 비교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설명 책임을 강화하게 된다.
다만 수수료 액수를 직접 고지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현장 우려가 커 우선은 등급 공시로 대신하고 향후 단계적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도 2026년 7월부터 ‘1200% 규칙’을 적용받는다. 그동안 GA는 보험사보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고, 내부 시책 등을 통해 설계사 유인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약환급금보다 선지급 수수료가 많은 계약에서 설계사가 의도적으로 ‘차익거래’를 노리는 문제도 지적됐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차익거래 금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보험계약 전체 기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은 6월 초 규정변경예고를 거쳐 3분기 중 확정된다. 시행 시기는 제도 충격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안창국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보험계약자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판매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이번 개편이 기여할 것”이라며 “제도 안착 여부를 모니터링해 필요 시 추가 개선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판매전문회사 도입 등 2단계 개편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