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기나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기대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서 시장 전반에 ‘관망 기조’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그럴수록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포착하는 투자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위기 자산을 선별하고 구조화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동시에 남들이 주저하는 자산에서 오히려 수익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GAIC) 2025 참석차 한국을 찾은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다이애나 양 매니징 디렉터를 만나 미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계 미국인인 양 디렉터는 UCLA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뉴욕대학교에서 재무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PB캐피털과 퍼스트시티즌뱅크 산하의 금융 서비스 계열사 CIT를 거쳐 지난 2018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부동산 펀드 운용과 임팩트 투자 상품 기획 등을 담당해온 그는 2024년 11월 카이로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에 합류해 비우량대출(NPL)과 구조조정 자산을 중심으로 한 대체투자 전략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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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다이애나 양 카이로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매니징디렉터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누군가에겐 부실, 우리에겐 구조화 기회”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둔 부동산 전문 투자 운용사로, 중소형 오피스와 다세대 주택, 상업용 부동산(리테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NPL을 비롯해 자본구조에 문제가 있는 자산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구조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이로스가 타깃팅하는 미들마켓(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시장)은 기관 투자자나 대형 운용사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야다. 하지만 경쟁이 적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본질가치가 탄탄한 자산을 발굴할 수 있어 투자 효율이 높다는 것이 양 디렉터의 설명이다. 그는 “겉으로는 문제 자산처럼 보이지만, 자산 자체는 우수한 경우가 많다”며 “잘못 설계된 자본 구조 탓에 시장에 나오게 된 자산을 선별해 매입하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기대 수익률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심화한 오피스 공실률에 대해 양 디렉터는 “미국은 재택근무가 확산한 이후 오피스 공실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기존 소유주가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산의 본질 가치는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장에 나오는 모든 매물이 꼭 탄탄한 것은 아니다. 양 디렉터는 “오피스 시장은 지역별로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나뉘는 구조”라며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와 소득 수준, 주택 공실률 등 거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을 선별해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환경이 불확실해지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짜서 투자하는 셈”이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철저히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기민함이 경쟁력…“韓과 협업 열려있다” 다이애나 양 디렉터는 한국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지사를 둔 것은 아니지만, 한국 투자자 및 기관과의 파트너십은 적극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구조화된 상품에 대한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대형 기관보다 카이로스같은 투자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양 디렉터는 “카이로스의 가장 큰 무기는 기민함”이라며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기회를 선별하고 구조화해내는 역량이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향후 9~18개월이 중요한 타이밍이라고도 강조했다. 양 디렉터는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이 조용히 관련 자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며 “팬데믹 초기에는 문제가 있는 부실 자산부터 정리했지만, 옥석 가리기가 어느정도 끝난 현재는 퀄리티 높은 NPL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은 시장이라면 누가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좋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NPL은 단순 부실 자산이 아니라 잘만 고르면 기회가 되는 고급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장기적 비전은 무엇이냐고 묻자 양 디렉터는 “카이로스는 상황과 구조를 읽고 기회를 찾아내는 역량이 뛰어난 투자사”라며 “임대주택과 같이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도 투자해 수익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긍정적인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투자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