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옥' 못견디고 줄폐사…펄펄 끓는 더위에 물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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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덥소’>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남 함안군 법수면 한 축사에서 젖소들이 대형 선풍기 앞에 몰려있다.  뉴스1

<‘우리도 덥소’>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남 함안군 법수면 한 축사에서 젖소들이 대형 선풍기 앞에 몰려있다. 뉴스1

연이은 찜통더위로 전국 농경지와 바다 양식장이 온통 뜨겁게 달궈지면서 농·축·수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축산 농가의 원유(原乳) 생산량이 줄어 시중에 우유 제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대표적 양식 어종인 우럭, 홍합 등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줄지어 폐사해 값이 더 뛸 위기에 놓였다. 폭우가 그친 뒤 곧바로 이어진 불볕더위에 배추, 무 같은 채소 가격도 속절없이 뛰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작년의 2.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더위 먹은 젖소… 우유 공급 비상

'불지옥' 못견디고 가축·어류 줄폐사…온열 사망자도 속출

27일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지난달보다 10%가량 감소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올여름 더위에 취약한 젖소(홀스타인종)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원유 생산이 줄었다”고 말했다.

젖소는 더위에 취약해 기온이 27도를 넘으면 식욕이 떨어진다. 32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면 산유량이 많게는 20%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평소 1900t 수준인 일일 집유량이 이달 100t 넘게 줄었다”고 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18년 8월에도 원유 생산량은 3개월 전보다 10% 가까이 감소했다.

원유 생산량이 줄자 유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우유는 2021년 8월 1.8L 제품의 편의점 납품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대형마트 납품 물량도 줄였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가축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101만1243마리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24일 하루에만 돼지 209마리, 닭·오리 등 가금류 1만3633마리 등 가축 1만3842마리가 더위에 죽었다.

◇고수온에 어류 줄폐사 우려

이달 초부터 고수온 경보가 울리며 양식 어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산소량이 줄어 어패류가 폐사한다. 해양수산부는 9일 전국에 고수온 위기 경보 5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1·2단계) 중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지난해 7월 24일 발령한 것과 비교하면 15일 빠르다.

고수온에 취약한 대표 품종은 우럭이다. 우럭은 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을 하는데, 수온이 26도를 넘어서면 움직임이 줄어들며 폐사하기 시작한다. 해수부는 고수온으로 인한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23일 전남 여수에서 우럭 13만여 마리를 긴급 방류했다.

우럭 가격은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달 우럭 ㎏당 도매가격을 전년 대비 17% 높은 1만5500원으로 전망했다. 성수기이던 재작년 10월~작년 3월 1만3000원 안팎이었던 것보다도 비싸다.

여름철 배추와 무 수급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4일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5150원으로 전월(3621원) 대비 42.2% 급등했다. 열무 ㎏당 가격도 3919원으로 전월(2545원)보다 54% 상승했다.

◇온열질환자 작년의 2.5배

온열질환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감시를 시작한 5월 15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총 2183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렸다. 작년 같은 기간(871명)과 비교해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중 11명이 숨졌다.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작업장이 32.3%로 가장 많았고, 논밭(13.1%), 길가(12.7%) 순이었다.

행안부는 25일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 비상근무를 가동했다. 폭염 위기 경보 심각 단계는 전국 40% 지역에서 35도 이상의 최고 체감온도가 사흘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하헌형/고재연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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