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문턱 낮춘 한국, 중국 '싼커' 잡는다

5 days ago 5

문체부, 대도시 틈새 마케팅 승부수
소비패턴 저격 단기·일상형 여행 유도
개별관광객 지출, 단체객의 1.5배
전문가 "지방 분산 인프라는 과제"

  • 등록 2026-06-19 오전 8:22:21

    수정 2026-06-19 오전 8:32:10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정부의 방한 복수비자 요건 완화 조치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니치(틈새) 마케팅’에 본격 착수했다. 과거 단체 관광객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탈피해, 대도시 거주 1인 가구와 고소득층의 소비 패턴을 저격한 ‘짧고 잦은 일상형 여행’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한중 항공회담을 거쳐 7년 만에 양국 여객 운수권이 주 664회로 증대되는 등 교통 인프라 기반이 넓어진 점도 이번 정책 드라이브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19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선전에서 ‘한중 관광교류 특별주간’을 운영하며 현지 밀착형 판촉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단행된 비자 규제 완화의 낙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정부는 방한 이력이 있는 중국인에게 5년, 베이징·상하이 등 14개 주요 대도시 거주자에게는 10년간 자유롭게 입출국이 가능한 복수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비자 발급 절차가 간소화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조치 시행 직후인 지난 4월 주중 한국비자신청센터의 일반관광 복수비자 발급 건수는 전월 대비 약 10% 늘었으며,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OTA) 씨트립 내 신청 건수는 80% 급증했다. 비자 장벽 완화가 방한 수요의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고부가가치 ‘싼커’ 겨냥…1인당 지출액 단체관광의 1.5배

문체부가 이처럼 대도시 개별 관광객(싼커)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의 압도적인 소비력 때문이다. 인천연구원 및 국내 관광업계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개별 여행객의 1인당 지출 경비는 평균 2,366.1달러(약 320만 원)로 단체 여행객(1,534.3달러)보다 1.5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단순 랜드마크 관람형 관광으로는 이들을 유인하기 어렵다고 판단, 중국 현지 OTA인 ‘페이주’, ‘취날’ 등과 손잡고 세분화된 맞춤형 체험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선 소득 수준이 높고 한류 콘텐츠 관여도가 높은 대도시 여성층의 ‘나 혼자 여행’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 콘서트, 팬미팅, 뮤지컬 관람 등 이른바 ‘덕질 관광’ 상품의 홍보를 대폭 강화했다. 이와 함께 일회성 쇼핑을 넘어 피부, 헤어, 네일 케어처럼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미용 프로그램을 상품화함으로써, 소비자가 엔터테인먼트와 뷰티 소비를 위해 주말마다 한국을 반복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국내 뷰티·면세업계 관계자는 “주말 단기 방문객은 체류 시간은 짧지만 명품이나 고가 K-뷰티 신상품에 대한 목적형 소비 성향이 매우 강해, 실질적인 객단가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지방 분산 노리지만… 콘텐츠·안내 시스템 과제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던 중국인 관광객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 관광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해, 대구, 청주, 양양 등 지방 국제공항을 연계한 노선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부산·청주 등에서 중국 광저우·선전 등 10개 도시로 향하는 지방 전용 운수권을 주 14회 추가 확보하면서 인프라적 여건도 받쳐주는 상황이다. 문체부는 현지 플랫폼인 ‘취날’을 통해 복수비자 정보를 검색하는 유저에게 주말 단기 여행 및 지방 1일 여행 맞춤형 항공권, 숙박권, 관광지 입장권 할인 혜택을 다이렉트로 제공하여 지방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학계 및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장 장밋빛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국제공항의 중국 노선 편수가 전반적으로 증대되는 추세이긴 하나 수요가 집중되는 주말 시간대 슬롯(운항 시각) 확보가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수도권에 비해 개별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국어 안내 시스템 및 연계 교통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복수비자 완화라는 정책적 마중물이 지방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단순 할인권 제공을 넘어 각 지역만의 독창적인 ‘시그니처 로컬 콘텐츠’ 개발과 스마트 관광 인프라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비자 완화가 실질적인 방한 관광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비 트렌드 변화와 현장 수용 태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타깃팅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