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비자카드와 손잡고 암호화폐 결제 카드를 공개했다. 월드코인과 유에스디코인(USDC) 등 암호화폐를 세계 곳곳의 1억5000만여 개 비자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제와 동시에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30일(현지시간) 월드를 운영하는 툴스포휴매너티(TFH)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침내(At last)’ 행사를 열어 글로벌 카드사 비자와 함께 ‘월드 카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월드는 하반기 미국에서 이 카드를 먼저 선보인 뒤 다른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월드는 올트먼 CEO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기본소득 지급 수단’을 목표로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월드는 이날 홍채 인식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월드코인의 거래 개시 계획도 공개했다. 월드코인은 ‘오브’라는 기기로 홍채를 인식해 AI가 아니라 인간임을 인증해야 받을 수 있는데, 월드가 홍채 데이터를 무단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에 그동안 미국에서 출시하지 못했다. 월드는 다음날부터 미국인도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등 6개 도시에 설치된 오브를 통해 홍채를 인식해 월드코인을 지급받고, 미국 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할 미국이 그동안 기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 안타까웠다”며 “오늘 그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월드가 미국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암호화폐’ 기조와 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의 주축인 올트먼 CEO의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월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듯 새로운 버전의 오브를 텍사스주 리처드슨의 새 공장에서 양산할 것이라며 ‘미국 내 제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올트먼 CEO와 함께 TFH를 공동 설립한 앨릭스 블라니아 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며 “미국 내에서 규제 명확성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