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3일 서울 송파·강남·강동·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개표를 즉각 멈추고 오염된 서울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취재를 종합하면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에서 오후 1시께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후에는 용지가 아예 바닥 나 유권자 일부가 투표를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근 강남구 청담동, 송파구 잠실2·7동 및 문정1·2동, 광진구 구의3동 일부 투표소와 강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이뤄졌다.
논란이 커지자 오후 9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허철훈 사무총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사무총장은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선관위는 총 14개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7곳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선관위 대국민 사과문 발표 직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미 투표의 공정성은 깨졌다”며 “서울시장 선거는 오염된 선거다.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선관위가 사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고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과 재투표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선관위는 행정부에서 독립된 헌법 기관”이라며 “선관위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송파 유권자 절반만 용지…인쇄 일부는 대기하다 '투표 포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통상 본투표에서 유권자의 60% 수준에 해당하는 투표 용지를 인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전투표가 10~20%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투표자의 70~80%가 투표할 수 있는 용지를 인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6·3 지방선거를 치른 3일 서울 송파구 12개 투표소엔 50%의 투표용지만 보유하고 있었다.
투표율 62.5%였던 강남구에서도 같은 사태가 발생한 반면 투표율이 66.3%에 이르는 서초구 투표소에선 이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통 투표 용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 수시로 용지를 추가해달라고 소통하는 시스템이 있다”면서 “오전부터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송파구에선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선거 전문가는 “투표소당 수백표로 계산하면 수천표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브리핑을 열고 “중대한 투표권 침해이자 참정권 침해”라며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의거해 선거를 연기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했을 때,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장 선거의 경우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장이 지자체장과 협의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독일 헌법재판소가 2021년 치러진 베를린 지방선거에 대해 재선거를 결정한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선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효력 없는 투표지로 인해 참정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김형규/이에스더/임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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