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을 신고한 사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연 100만 명을 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100만 8282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92만 2159명에서 3년 연속 감소해 2022년 86만 7292명까지 줄었다가 이후 2년 연속 늘었다. 사업자 중 폐업자 비율은 지난해 9.04%였다. 사업자 10명 가운데 1명 꼴이다. 폐업자는 대부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다. 폐업자의 업종별 비중은 소매업 29.7%, 음식점업 15.2%, 부동산업 11.1%, 도매 및 상품중개업 7.1%다.
폐업이 2년 연속 급증한 직접적 원인은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한 매출 부진과 고금리 부담이 사업자들을 옥죈 데다 건설업 경기도 가라앉은 데 있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사업자들이 버텨낼 여력을 잃고 폐업으로 내몰린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밀어붙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이런 상황에 대응한 정책이다.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55만원을 소비쿠폰으로 지급하는 이 정책은 12조 1709억원의 재정을 풀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수요를 만들어준다. 정부는 이 자금이 승수효과까지 내주기를 바라며 ‘마중물’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 위기는 팬데믹을 비롯한 일시적 요인이나 경기순환의 영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주요 선진국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높아 자영업자들이 상시적 과당경쟁에 시달린다. 이 비중이 우리나라는 23.5%인 데 비해 미국은 6.6%, 독일은 8.7%에 불과하다.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경직성, 인구 고령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제 규모 대비 내수 비중이 선진국 중 최하위권인 점도 자영업 위기의 구조적 배경 중 하나다.
그러니 소비쿠폰과 같은 단기적 내수 진작 목적의 재정 투입은 응급 처방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길게 보면 오히려 자영업자의 폐업을 촉진해 국민경제 내 자영업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일자리 창출, 고용 유연성 제고, 내수 기반 확충, 자영업자 전직 지원 등이 그것이다. 구조개혁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