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을 피하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한 대중(對中) 제재에 발목이 잡혔고, LG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여파를 고스란히 짊어지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9% 감소했다. 매출은 이 기간 0.09% 줄어든 74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전망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보면 영업이익은 6조1833억원, 매출은 76조2119억원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이익 감소를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꼽았다. 특히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직전 분기보다 이익폭이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은 첨단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충당이 발생했고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앞서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인 H100·H800 등도 대중 수출이 제한됐다. 이는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업계에선 AI칩에 대한 대중 제재 당시 K반도체 위기론이 제기됐다. 대중 제재가 AI칩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중국이 이를 내재화하는 데 주력할 경우 K반도체가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 제재 이후 화웨이가 AI칩 '어센드'로 엔비디아급 반도체 설계 역량을 입증했단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는 미국의 대중 제재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만 회사 측은 올 하반기 점진적 수요 회복으로 가동률이 개선될 경우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3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6% 줄었다. 매출은 4.4% 감소한 20조7400억원에 머물렀다. LG전자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관세 비용 부담이 커져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된 결과로 풀이했다.
특히 TV·오디오·노트북·모니터·사이니지 등을 맡는 MS사업본부의 경우 "대미 보편관세 및 철강·알루미늄 파생관세와 물류비 등 비용 증가분도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생활가전도 미국 통상정책에 따른 충격을 떠안았다. 미국 통상정책 변화뿐 아니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맞물려 수요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실적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과제다. LG전자는 "올 하반기는 작년 하반기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줬던 물류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출 확보와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운영을 통해 건전한 수익 구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