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년째 '독한 사업재편'…日 히타치의 부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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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6 17:47 수정2026.04.26 17:47 지면A35

일본 히타치제작소는 최근 자회사인 히타치GLS를 매각했다. 가전 자회사 한 곳 매각한 게 눈길을 끈 건 2009년 시작된 히타치의 사업 재편이 17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때 매출과 시가총액이 일본 1위이던 히타치는 계열사만 300여 개에 달했다. 반도체·가전 사업과 발전·통신·철도·방위산업 등 인프라 사업이라는 두 바퀴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점유율 세계 1위 제품은 하나도 없는 기업이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히타치를 ‘2~3등 집합소’라고 조롱했을 정도다.

한국과 중국에 반도체와 가전 주도권을 빼앗기고 저출생 고령화로 인프라 사업이 정체되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2008년엔 7873억엔(당시 환율 기준 11조원)의 적자를 냈다. 일본 제조업 사상 최악의 기록이다.

1만엔에 육박하던 주가가 245엔까지 떨어진 히타치는 2009년 ‘독한 사업재편’에 돌입했다. 22개이던 상장 자회사를 차례차례 매각하거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히타치금속, 히타치카세이, 히타치전선 등 모태 기업 세 곳도 팔아치웠다. 확보한 자금은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썼다. 10년간 4조엔 넘게 투입했다. 스위스 ABB에서 인수한 송배전 사업(히타치에너지)은 세계 1위에 올랐다. 창업 110년 만에 처음이다.

사업 재편 전보다 매출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8배 늘었다. 23%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 비중은 이제 60%가 넘는다. ‘성역 없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회사의 체질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전자에서 콘텐츠로 주력 사업을 갈아탄 소니와는 달리 히타치는 본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사업 재편에 성공한 기업이기도 하다. 일본식 문어발 경영과 결별한 이후 시장 변화에 맞춘 사업 재편을 상시화했다. 매각하기 아까운 알짜 기업도 미래 사업 방향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정리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사업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이 된 우리 기업에도 히타치의 부활은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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