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운동회가 시끄러워도 참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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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운동회가 시끄러워도 참아야 하는 이유

지난주에 초등생 아이의 체육대회가 있었다. 장애물 달리기, 공굴리기에 이어 줄다리기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그만이었지만, 체육대회의 꽃은 역시 계주. 아이들은 물론 구경 온 어른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응원에 열을 올렸다. 마지막 주자가 뛰기 시작하자 모든 선수가 함께 돌며 힘을 실어줬고, 운동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청팀 선수가 결승점을 먼저 통과했다. 한참 즐거워하고 있던 그때, 한 학부모가 “이러다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오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 1년에 하루 체육대회 날인데 설마 그러겠나 싶었지만, 요즘 이런 민원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안 그래도 올해는 안전사고를 이유로 현장체험학습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한 마당에, 이러다 아이들의 학창시절 추억이 하나둘 다 사라질까 봐 걱정이다.

물론 ‘좀 조용히 해 달라’는 이웃 주민들의 요구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바, 소음은 분명 우리의 조용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조용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무한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 어느 정도의 생활방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해결 방안의 기본적인 원칙은 민법 제217조에서 찾을 수 있다. 민법 제217조는 원래 인접한 토지 소유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조문으로 매연, 열기, 음향, 먼지 등이 이웃 토지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 이것이 통상의 용도에 비춰 적당한지를 살펴본다. 만일 이를 넘는 것이라면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그런 한계를 넘지 않는 정도라면 오히려 이웃 거주자에게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 근처에 있는 주택에서 응급실과 영안실이 바로 내려다보이고, 유족 울음소리나 구급차 경음이 그대로 들린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종합병원을 운영할 때는 위와 같은 소음이 인근에 전파되지 않도록 하거나 사회관념상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줄이는 조치를 하고 사체나 중상해를 입은 사람이 운반될 때 노출되지 않도록 해서 인근 거주자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정도는 이른바 ‘참을 한도’를 넘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이는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침해되는 권리나 이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침해행위의 공공성 정도, 지역 환경의 특수성, 침해 방지 또는 경감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아이들의 운동회를 생각해 보자. 매일같이 확성기를 사용해 큰 소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모처럼 운동회를 하는 것이라면 침해 정도가 아주 크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무이고, 아이들에게는 이런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운동회가 가지는 공공성의 정도도 크다. 또한 학교 인근 주민이라면 운동회를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운동회 때문에 평온한 삶에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워내는 것은 학교와 학부모, 나아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운동회를 하고, 소풍을 가는 자연스러운 교육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고마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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