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제롬 파월 현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마저 종결됨에 따라 다음달 15일부터는 워시 체제가 무난하게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 첫 질문은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월 취임 후 Fed를 집요하게 흔드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크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한 아서 번스 사례가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워시 지명자의 대답은 의외로 강경했다.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포함해 통화정책에 대해 언제든 언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언급 자체가 독립성 훼손이라고 본 파월 의장과는 대조적이었다. 오히려 Fed가 독립성을 스스로 보존하고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 개념부터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책무에 대해서는 Fed의 1선 목표인 물가 안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창출, 거시 금융 안정 등과 같은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Fed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문제가 확실해져야 독립성 훼손도 판단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박은 인상적이었다.
물가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더라도 목표치를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면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현상 유지의 폭정(tyranny of the status quo)’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의 생명이 선제성에 있는 만큼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오면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치에 충실했던 파월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기준금리 변경 방식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와 양적긴축(QT)으로 대변되는 대차대조표 조정 방식을 상용화하면서 기준금리 역할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노는 수수께끼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 조정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 변경을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뒤늦게 점도표를 도입한 한국은행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종전의 이론이 통하지 않고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여건에서 점도표를 바꿀 때마다 중립 금리가 변경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점도표를 폐지한 뒤 중립 금리 대신 ‘적정 금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적정 금리 산출은 한때 트럼프 정부의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창안한 준칙(Taylor’s rule)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의향을 반영한 적정 금리는 연 3.5% 안팎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의 민감한 사안은 관세와 인플레이션이다. 전쟁에 따라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답변은 독특했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 관세와 인플레이션 요인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 산업이 활성화하자 Fed가 금리를 변경하지 않았는데도 물가가 안정됐던 예를 들었다.
매년 여덟 차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축소 방침도 밝혔다. 통화정책 시차가 1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자주 열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다음달 워시 체제가 출범하면 Fed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가 크게 변할 수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회사, 투자자들은 우리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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