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7개국 가운데 27위를 차지했다. 2023년 28위에서 지난해 20위로 8계단 급등했다가 1년 만에 거꾸로 7계단 급락한 것이다. 이 평가에는 국가 경쟁력과 관련 있는 객관적인 경제·사회 통계 지수에 더해 전 세계 기업인 등 경제주체의 주관적인 인식도 서베이를 통해 적지 않은 비중으로 반영된다. 이 때문에 연도별로 급등락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주·객관 양쪽에 걸쳐 모두 330여 개나 되는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올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 급락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주로 기인했다. 기업 효율성 분야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이나 급락해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31→53위), 금융(29→33위), 경영관행(28→55위), 태도·가치관(11→33위) 등 기업 효율성 평가의 세부 항목 전부에서 순위가 급락했다. 대기업 경쟁력은 41위에서 57위로, 기업의 기회·위기 대응은 17위에서 52위로 급락했다. 인프라 분야도 11위에서 21위로 하락했다. 도시 관리와 유통 인프라의 효율성, 디지털·기술 인력 확보, 사이버 보안 역량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탓이다. 정치적 안정성 분야도 50위에서 60위로 떨어졌다. 반면 경제성과 분야는 11위로 5계단, 정부 효율성 분야는 31위로 8계단 상승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강유정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부진한 성과와 내란 사태로 이어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미친 부정적 영향과 관련이 깊다”고 논평했다.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은 한국을 상대하는 해외 기업인과 투자자들의 활동을 한동안 크게 위축시켰다. 그렇지만 대통령실의 논평은 이번 순위 하락의 진정한 의미를 도외시하고 전 정권 탓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기업 경영여건 개선 미흡, 노동시장 등 분야별 구조개혁 지연 등과 같은 근본적 경쟁력 약화 요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IMD 순위 하락을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전방위적 국가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