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로 하는 검사는 비싸게, 환자를 살리는 의사의 직접 진료엔 헐값을 매기는 왜곡된 보상 체계는 필수의료 붕괴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온 것이 사실이다. 피나 소변 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률은 평균 190%, CT와 MRI 검사는 200%다. 반면 필수과로 분류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의 원가 보전율은 61∼84%로 환자를 볼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필수과는 의사 부족난에 시달리고, 병원은 필수과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과잉 검사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인구 1000명당 연간 CT 촬영 건수(333.5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나 된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공청회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역대 정부마다 비슷한 개편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가가 줄게 되는 진료과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검사장비를 보유한 대형병원과 진료 중심의 동네 의원 간 이해관계도 다르다. 합리적인 조정안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한다. 검사 수가 인하만으로 필수의료 회생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검사 수가 수익률을 150%로 낮추면 연간 2조 원 이상이 절감된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로 연간 건보 재정 1조 원을 투입한다지만 필수의료 원가를 보전하는 데만 의료계 추산으로 최소 10조 원이 든다. 이에 더해 지역의료까지 지원하려면 예산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로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서고, 2029년엔 누적 준비금 30조 원도 바닥날 전망이다. 선심성 의료 정책과 과잉 진료를 통제해 지출을 줄이고 정부 지원은 늘려야 한다. 정부는 법적으로 건보료 예상 수입의 20%를 지원해야 하지만 예상 수입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면서 최근 3년간 실제 지원율은 평균 14.3%에 그쳤다. 정부가 법정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보험료만 올릴 순 없는 일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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