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광출장, 도피휴직, 아빠찬스, 수의계약… 기가 차는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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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6.6.15 뉴스1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6.6.15 뉴스1
6·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선관위의 무능 뒤에 뿌리 깊은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선관위 직원들은 2023년 가을 수천만 원 예산을 들여 몰디브와 코타키나발루 등 유명 휴양지로 출장을 갔다. 선거 참관 등의 명목이었다고 하는데 인구 52만 명의 관광 국가인 몰디브에서 선관위가 뭘 배워 왔는지 의문이다. 출장 보고서엔 해변 등 풍경 사진이 다수 담겼다고 한다. 선관위가 직원 역량을 강화한다며 이탈리아 피렌체, 베네치아 등 관광지에 매년 직원들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직원들이 외유성 출장을 떠났던 2023년 하반기는 선관위 고위직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컸던 시기다. 당시 고위 간부들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외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 대수술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도 한 지역 선관위 직원은 근무 시간에 버젓이 사무실에서 골프 스윙 연습을 하기도 했다. 내부 통제와 자정 기능이 완전히 고장 나 있다는 신호다.

선관위원 등 상층부의 모럴해저드도 심각하다. 6·3 선거 당일 출근한 선관위원은 9명 중 단 2명이었다. 선거 관리를 책임진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이 선거 직전 3개월간 출근한 날은 법정 근무일의 절반에 불과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휴직했다가 선거가 끝난 후 복직하는 선거철 ‘도피성 휴직’이 만연해 있다. 이번 선거 역시 휴직 자제령이 내려졌음에도 휴직자가 정원의 6%인 181명에 달했다. 고위직들부터 ‘아빠 찬스’로 자녀를 취업시키고 근무에도 태만한데 부하 직원들에게 영이 섰겠는가.

이처럼 근무 기강이 무너진 조직에서 선거 관리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는 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빚고, 개표 결과도 누락하거나 중복 입력하는 등 총체적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 최근에는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를 외부에 맡기면서 전부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드러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5000만 원 이상 계약은 경쟁입찰이 원칙인데 서울 경기 등 주요 지역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고, 용지 1장당 인쇄비용도 자의적으로 책정해 지역별로 3배까지 차이가 났다. 선관위가 독립적 헌법기관이란 방패 뒤에 숨어 부실과 특권을 키워 온 행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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