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위대에 막혀 칼 빌려 출국한 펜싱 국대, 이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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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12일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2026.6.16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12일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2026.6.16 뉴스1
인도 뉴델리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펜싱 국가대표 선수 13명이 평소 쓰던 개인 장비를 포기하고 칼(블레이드)과 재킷(방호복)을 빌려 16일 출국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선거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이 있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2주 가까이 봉쇄한 탓이다. 이 경기장은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서울 송파구 개표소로 쓰였던 곳이다. 이날도 경찰이 대한체육회 관계자들과 함께 진입을 시도했으나 성조기를 허리에 두른 여성 1명이 문을 잡고 버티자 결국 7시간 만에 철수했다.

국가대표급 경기에서 선수들이 손에 익지 않은 장비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포인트를 쌓아야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은 속이 타들어 갈 것이다. 펜싱협회는 법인카드와 은행 인증·결제 수단이 사무실에 묶여 있어 호텔 예약비마저 내지 못하게 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경기력을 훼손하고 말았다.

핸드볼경기장에는 펜싱협회 외에도 핸드볼협회, 당구협회 등 총 9개 종목 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이들 협회는 당장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와 경상비 60억 원이 묶여 직원 월급도 밀렸다고 한다. 22일부터 인천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기자회견에서 “대회가 파행되면 국제대회 유치 자격이 영구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으로선 언제 업무가 정상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체육단체별로 2명씩, 20분간 짐을 가지고 나오려던 계획마저 일부 강경 시위대가 몸으로 막아서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오히려 읍소하는 체육회 임직원의 사진과 명함을 공유하며 온라인에서 ‘조리돌림’까지 벌였다니 도를 한참 넘었다.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대한체육회에는 협박성 전화가 쏟아지고, 시위대의 폭언을 듣거나 충돌한 직원들은 충격에 빠져 있다.

시위대는 공권력 조롱, 관계자 소지품 검사까지 하며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위대의 자정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당국이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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