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내수 침체에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수출에도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 크다. 이데일리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의 올해 상반기 기업 평가를 종합한 결과를 보면 하락세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상반기 기업 장기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은 평균 0.79다. 상하향배율은 상향 조정과 하향 조정 건수의 비율로 1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올라간 회사보다 내려간 회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올 들어 지난해보다 소폭 올라가기는 했지만 1에는 한참 못 미친다. 조선·방위산업 등에서 실적 개선에 따른 등급 상향이 있었지만 하향 업종이 더 많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건설·저축은행 등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졌거나 하락이 예고된 기업이 대거 나왔다. 지난해보다 소폭 오른 것도 2023~2024년에 등급 하향이 많이 반영돼 올해는 강등 기업이 상대적으로 덜 나온 측면이 있다. 이래저래 하락 기업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악화는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소비침체와 투자위축세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기업을 둘러싼 경제외적인 환경도 원만하다고 할 요인이 많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등급 전망에 ‘부정적’이 달려 하락이 예고된 기업이 91개로 상향 전망의 ‘긍정적’(54개)보다 훨씬 많다. 트럼프 관세가 최종적으로 확정돼 대미 수출에 본격 영향을 미치면 등급 하향 기업은 더 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를 넘어 내년에도 신용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더 어려워지기 전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같이 기업 경영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들은 정부·여당이 끝내 추진 중이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알바에 적용하고, 소득 기준으로 실업급여를 확대 지급하자는 방안도 새로 입법예고됐다. 이 또한 자영업자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업 부담을 늘리게 된다. 이런 환경은 기업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도움되기 어렵다. 저신용 기업이 계속 늘어나면 경제회복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