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넘어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전력망의 대규모 투자가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AI시대 밝은 면에 가려져온 이면 비용이다.
AI 기업들의 투자는 금리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빅테크는 막대한 현금과 자금조달 능력을 앞세워 데이터센터와 서버, 반도체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전력과 건설자재, 숙련인력 수요까지 한꺼번에 늘어난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해도 정작 AI 투자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그 부담은 주택을 사려는 가계와 중소기업 등 금리에 민감한 경제주체에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 경고 신호는 AI만이 아니다. 미국 물가는 여전히 연준의 2% 목표를 웃돈다. 중동 불안에 따른 고유가도 언제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연준 인사들의 긴축 발언이 이어지고 미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한편에서는 AI 기업들의 천문학적 투자비와 부채, 급등한 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최근 AI·반도체주의 급등락도 시장이 이를 의식한다는 신호다.
문제는 미국의 고금리가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에 오래 머물면 한국은행의 금리 운신 폭은 좁아지고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질 수 있다. 막대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에는 특히 부담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AI·반도체 경쟁에 필요한 설비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
그렇다고 AI 투자 열풍을 억누르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술혁신과 과잉투자, 성장과 거품은 얼마든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호황의 한쪽 면만 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 재정 건전성과 외환시장 안정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기업과 가계도 저금리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전제로 과도한 차입과 무리한 투자에 나서선 안 된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실이 나오기 전까지 막대한 투자와 전력·자본 수요가 인플레를 자극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AI 호황의 시기일수록 고금리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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