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대출은 늘었는데 정작 시설투자용 자금 증가폭은 둔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2065조 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조 6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금융권 자금을 부동산보다 첨단산업과 기업투자로 돌리겠다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출 흐름을 보면 정책 구호가 실제 자금 배분까지 충분히 바꿨는지는 의문이다.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 대출 증가액은 1분기 21조 4000억원에서 2분기 23조 8000억원으로 커졌다. 반면 공장·설비 등에 쓰이는 시설자금 증가폭은 9조 4000억원에서 6조 9000억원으로 줄었다. 산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이 19조 9000억원 늘어 14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특히 부동산업과 금융·보험업에서 각각 6조 2000억원씩 증가했다. PF 보증 확대와 증권사 자금 수요라는 사정이 있다 해도 생산성 높은 분야로 자금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금융의 본래 역할은 시중의 돈을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예금자의 돈을 모아 경쟁력 있는 기업의 공장과 연구개발, 신산업 투자로 연결하고 그 성과를 다시 경제 전체로 돌려야 한다. 부동산이나 단기 금융거래로 자금이 쏠리면 자산가격은 오를지 몰라도 경제의 생산능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내세운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업대출 총량을 늘리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산업과 제조업 설비투자, 기술력 있는 중소· 중견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은행도 담보보다 사업성과 기술력을 평가할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가 어느 기업에 얼마를 빌려주라고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런 관치금융 시대는 지났다. 해야 할 일은 시장을 왜곡하는 규제를 걷어내고, 혁신기업이 투자할 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할 곳이 없는데 대출만 늘린다고 생산적 금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방향이다.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과 금융거래로 맴돌지 않고 공장과 기술, 일자리로 흘러야 성장잠재력도 높아진다. ‘생산적 금융’은 자금 흐름의 변화로 입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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