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 도산이 2030건으로 역대 최다 규모에 달했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상반기 중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법인회생 신청은 731건, 법인파산 신청은 1299건이다. 기업 도산은 법률상 기업이 채무를 정상적으로 갚기 어려워진 것을 가리키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이나 파산의 두 가지 절차를 밟는다. 상반기만의 기업 도산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의 연간 1069건을 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하면 회생은 13.9%, 파산은 17.7% 늘었다. 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한 기업이 훨씬 많은 점이 눈에 띈다.
기업 도산 급증은 중소 제조업체와 건설업체 등의 영업 부진과 유동성 고갈이 심각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고 외환시장 불안정이 심화한 것이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켰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급등해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고금리 장기화로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지면서 더 버틸 여력을 잃은 기업들이 속속 도산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중소기업 전반의 경영난은 산업구조의 밑바탕을 허물고 민생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 도산 급증이 대변하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전례 없이 낮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일부 업종 대기업들의 초호황과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배와 18배에 이른다. 이에 노조들은 성과급을 더 많이 달라고 하고, 정부는 늘어난 세수로 전략산업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반도체는 경기순환 폭이 커 여기에만 매달려서는 국가 경제의 안정된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다양한 산업 간, 대·중소기업 간 고른 성장이 국가 경제의 체력을 튼튼하게 한다. 편중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의 경영난과 민생 경제의 고통에도 정부는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부실 경영으로 인한 도산은 어쩔 수 없겠으나 외부 환경 악화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대해서는 적절한 지원과 돌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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