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신청이 크게 늘면서 산재 인정을 받는 데 걸리는 심사 소요 시간이 5년 전보다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승인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 기간은 2020년 39.1일에서 올해 5월 72.6일로 늘었다. 5년 전보다 한 달 이상 더 기다려야 심사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지난해 산재 신청은 17만3603건으로 2020년 12만3921건과 비교할 때 50% 가까이 늘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권리다. 제대로 알고 준비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쉽게 산재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 사업주가 가입하지 않아도 신청 가능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은 가까운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 사이트 ‘고용산재보험토탈서비스’(total.comwel.or.kr)에서 할 수 있다. 산재 신청은 원칙적으로 사고 발생일이나 질병 진단일부터 3년 이내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시효가 소멸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공단은 신청서를 바탕으로 업무 연관성 등을 조사해 의학적, 법적 판단을 한 뒤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사고성 산재의 경우 공단 자문 의사가 검토하고 업무상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의료기관의 특별진찰이나 연구기관의 역학조사,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승인된다. 산재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공단의 서류 제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산재 신청자가 직접 근로계약서, 재해발생경위, 건강진단결과표, 출근일지, 사고 발생 사진 등 기본적인 서류들을 챙길 필요는 없다. 공단은 사업주, 병원과 직접 소통해 산재 처리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한다. 만일 산업재해 피해를 입었는데, 보상보험 신청 절차가 어렵다면 산재보험의료기관 원무과를 찾으면 된다. 원무과 산재 담당자에게 산재 신청을 요청하면, 신청 서류 작성을 도와주거나 대행한다.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으려면 근로자성과 업무수행성, 업무기인성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근로자성은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급여를 받고 근무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 근로자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업주가 산재 보상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신청이 가능하다. 업무수행성은 사고 당시 행위가 업무 범위 내에 있었는지를 따진다. 예컨데 현장 점검 중 추락한 경우 업무상 산재에 해당되지만 근무 외 개인 용무 중 사고는 인정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업무 기인성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다. 단순히 일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산재로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질병은 개인적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 과로, 스트레스, 유해물질 등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단은 심사를 마친 뒤 승인, 불승인 등 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한다. 승인되면 요양급여(치료비), 휴업급여(소득보전), 장해급여 등이 지급된다. 불승인에 이의가 있다면 통보일로부터 90일 이내에 공단 본부나 노동부 산재보상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 “산재 입증 기간 줄이려면 구체적인 자료 확보를”산재 승인에는 진술과 증거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사고 경위서와 진단서, 목격자 진술, 근로계약서 등의 내용이 어긋나면 신뢰성이 떨어진다. 유성규 성공회대 겸임교수(공인노무사)는 “업무상 사고로 인한 재해는 목격자 증언,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질병 산재는 업무에 따른 원인 등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게 쟁점인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 자료를 통해 업무상 인체에 유해한 물질에 대한 내용을 알아두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노동부 감시망에 드는 것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산재 보험 신청을 최대한 기피하거나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사업주도 있고 CCTV 영상, 안전 관련 서류 등을 기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 사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망사고의 경우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검안서 등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 하나라도 누락되면 공단의 보완요청이 반복돼 승인이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우울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도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업무 스트레스와 업무 시간 등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고 허리디스크, 뇌심혈관질환, 정신질환 등은 업무 강도·시간, 휴식여부 등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정신질환의 경우 근무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일기 등을 제출하면 심사에 도움이 된다”며 “과로를 입증할 때는 출퇴근 교통카드 내역 활용하는 등 세심히 챙기면 산재 승인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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