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입’ 첫 선고 징역 1년6개월… “영장발부를 음모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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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침입-파손 20대도 1년 실형… 초범-반성문에도 집유 예상 뒤집어
재판부 “다중의 위력, 결과는 참혹… 대한민국 경찰-법원 모두 피해자”
피고인 96명, 다른 재판에 영향줄듯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하고 규정했다.”

1월 벌어진 서울 서부지방법원 난입 사건의 첫 형사재판 선고에서 피고인 2명에게 징역 1년, 1년 6개월의 실형이 각각 선고됐다. 초범에다가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점 때문에 집행유예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법원은 집유 없는 실형을 내렸다. 법원은 “범행 대상은 법원이었고 당시 발생한 전체 범행의 결과는 참혹했다”고 중형의 이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 사법부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자백하고 반성문 냈지만… 집유 없는 징역형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35)에게 징역 1년 6개월, 소모 씨(28)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서부지법 난입에 가담한 이들은 앞서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김 씨는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1월 19일 오전 3시경 벽돌과 하수구 덮개를 법원 건물 외벽으로 던져 타일을 부쉈다. 또 무단으로 법원 경내로 들어갔고, 당시 시위대를 막고 있던 경찰들을 몸으로 수차례 밀어 폭행했다. 소 씨는 같은 날 법원 경내에 무단 침입했고, 바닥에 있던 화분 물받이를 집어들어 법원 창고 문에 던졌다. 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건물 외벽 타일 조각을 법원 외벽에 던졌다. 앞서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징역 3년, 소 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은 ‘다중의 위력’을 보인 범행으로 범행 대상은 법원”이라며 “피고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에 연관됐다. 당시 발생한 전체 범행의 결과는 참혹하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 규정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 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밝혔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반성을 하지 않았거나 다퉜다면 검찰 구형량 이상으로도 선고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었다”며 “통상의 범죄였다면 초범이고 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 집유 선고 가능성도 있었지만,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폭동 행위에 가담한 경우엔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대한민국 경찰, 법원 모두 피해자”

이날 재판부는 선고 전 이례적으로 소회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경찰, 법원이 모두 피해자”라며 “피해를 입은 경찰과 법원 구성원들과 기자를 포함해 지금도 수습 중인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을 향해선 “선고가 피고인의 인생을 좌우하지도 않는다. 남은 인생은 본인답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서부지법 난입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총 96명이다. 이날 판결이 다른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다른 피고인들 중 상당수는 혐의를 부인하거나 검찰의 증거 자료, 증거 영상이 편집 및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여럿이 ‘다중의 위력’을 보여 법원에 침입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일부 피고인들은 “서로 일면식도 없어서 다중의 위력을 보일 수는 없다”고 반박해왔다. 개개인이 각자 법원에 침입했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다중의 위력’으로 침입했다고 인정될 경우 가중 처벌되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은 다중의 위력을 보인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검사 출신 공일규 변호사는 “재판부가 ‘다중의 위력’을 굳이 언급했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고 다른 재판부에서도 이를 감안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자백했는데도 재판부가 엄한 실형을 선고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재판이 남은 다른 피고인에게도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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