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발주량 급감…조선 슈퍼사이클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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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선박 발주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3년 동안 친환경 선박 발주가 쏟아져 추가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선가마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해 선사들이 발주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일감이 차 있는 2028년까지는 괜찮지만, 이후엔 장기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7만4000입방미터(m2)급 LNG운반선. 한경DB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7만4000입방미터(m2)급 LNG운반선. 한경DB

13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592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발주량(7353만CGT)의 21.7%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발주량이 3000만CGT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주량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최대 먹거리인 친환경 선박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LNG 운반선 발주량은 올해 1~5월 66만7192CGT다. 지난해 766만9647CGT의 10%도 안 되는 수치다. 척수 기준으로는 18척으로 작년 전체 수주량(93척)의 19.4%에 불과하다.

선박 발주량 급감…조선 슈퍼사이클 꺾이나

업계에선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정점을 지나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슈퍼사이클은 2021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정도 지속된 지난 슈퍼사이클보다 2년 짧은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일 노사 임금협상 본교섭에서 노조에 “수주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친환경 엔진 등 신기술 개발로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수주 절벽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물동량이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기간 발주한 선박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면서 선박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 발주량 급감…조선 슈퍼사이클 꺾이나

선주사들의 발주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선주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배를 만들 유인이 떨어지는 것이다.

선박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86.69로 2021년 평균 153.63보다 21.5% 높다.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191.6)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물량이 꽉 차 선별 수주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빅3 조선사는 이미 3~4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굳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무리해서 수주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낮은 데다 배 가격까지 비싸 선주들이 배를 추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런 현상이 초호황을 의미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메탄올,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 힘을 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호황이 시장 기대보다 짧게 마무리되고 중국과 무한 경쟁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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