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버스 막기는 표현의 자유지만...” 제주 간판스타 김동준의 소신 발언···“그것 때문에 잘하면 다 우승할 것”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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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30)은 제주 SK를 대표하는 선수다.

김동준은 K리그1 정상급 수문장으로 빼어난 선방 능력을 자랑한다. 김동준은 발기술도 뛰어나 빌드업에도 능하다.

김동준은 2024년 9월 제주와 5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동준은 당시 국내·외 구단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김동준이 제주에 남은 이유는 명확했다. 김동준은 제주에 대한 애정이 아주 크다. 김동준은 제주의 성장에 앞장서고자 하는 명확한 꿈이 있다.

제주 SK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제주 SK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제주 SK 김동준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김동준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김동준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김동준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는 올 시즌 K리그1 19경기에서 6승 4무 9패(승점 22점)를 기록 중이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9위다.

제주는 올 시즌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심했다. 김동준은 팀이 리그 4연패에 빠졌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김동준은 ‘어떻게 하면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MK스포츠’가 6월 18일 제주도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 FC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김동준과 나눴던 이야기다.

제주 SK 간판스타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제주 SK 간판스타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Q.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수들과 힘을 합쳐서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냈다. 팀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졌다.

Q. 올 시즌 전반기 힘든 시기가 있었다. 김동준은 제주의 간판스타 아닌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 같은데.

프로축구 선수의 숙명인 것 같다. 우린 이겨야만 웃을 수 있다. 우린 승리를 위해 땀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패배가 이어졌었다. 실점도 반복됐다. 고민이 많았다. 내 머릿속이 ‘어떻게 해야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로 가득했다. 골키퍼로서 ‘무실점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바람과 부담도 있었다.

Q. 2월 15일 올 시즌 개막전에서 FC 서울을 2-0으로 잡아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런데 이후 4경기에서 1무 3패를 기록했다. 4월 26일 FC 안양전(1-2)을 시작으론 4연패에 빠졌다. 이때를 돌아보면 무엇이 문제였나.

축구가 진짜 어렵다. 문제의 답을 알면 연패에 빠지지 않았을 거다. 나도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란 고민을 반복했었다. 선수들은 연승할 때나 연패할 때나 똑같이 준비한다. 우리의 하루는 다음 경기 일정에 맞춰진다. 우린 다음 경기 승리를 목표로 사는 사람이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제주 SK 김동준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김동준 골키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제주가 4연패에 빠진 후인 5월 15일 팬 간담회를 진행했다. 제주는 팬 간담회 이후 5경기 무패(3승 2무)를 내달렸다. 팬 간담회가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친 건가.

음...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우린 매일 땀 흘린다.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자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팬 간담회에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팬 간담회 때문에 무패행진을 내달린 건 아니란 거다.

Q. 제주 팬들이 연패 기간 선수단 버스도 막지 않았었나.

팬들이 화가 많이 나셨더라. 이른바 ‘버스 막기’ 이후 팬 간담회가 있었다. 우리의 경기력이 버스 막기나 팬 간담회 때문에 좋아진 건 아니다. 내 생각엔 그렇다. 만약 선수단 버스를 막거나 팬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해서 성적이 좋아진다면, 모든 팀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잘 나가는 팀들을 보라. 팬들이 버스를 막고, 팬 간담회를 해서 잘 나가는 건 아닐 거다.

팬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경기장을 찾아주신다. 그걸 알기에 경기에서 패하면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훈련장에서 모든 걸 쏟아낸 선수가 실전에 나선다. 우린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드리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주 SK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제주 SK 김동준. 사진=이근승 기자

Q. 김동준은 제주에 대한 애정이 큰 선수 아닌가. 그래서 지난해 타 구단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와 장기계약(5년)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 제주에서 선수단 버스가 막히는 일을 겪은 건 처음으로 안다. 선수도 감정이 있는 사람 아닌가. 솔직히 서운하지 않나.

표현의 자유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그때로 돌아가서 팬들 앞에 섰다면 무슨 얘길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죄송하다’는 말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더 땀 흘려서 다음 경기에선 승리를 안겨드리는 것뿐이다. 우리가 이기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팬들이 그렇게 표현하신 것 같다.

솔직히 좋은 문화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 아닌가. 그것도 하나의 의사 표현으로 보고 존중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축구를 잘해야 한다. 축구를 잘해야 선수단 버스를 막는 등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Q. 경험이 풍부하지 않나. 후배들에게 올 시즌 가장 많이 한 조언은 무엇인가.

나는 후배들에게 말을 잘 안 한다. 특히 22세 이하 어린 선수들에겐 더 안 하는 것 같다. 내가 말하면 후배들이 얼마나 무섭겠나(웃음). 나는 어릴 때 선배들이 어려웠다. 선배 중엔 ‘조언’을 해주신 분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조언이 내게도 조언은 아니었다. 어떤 조언은 내게 잔소리였다. 선수는 자기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느끼는 게 중요하다. 한 번 느껴보는 게 같은 소리를 백 번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경기장에서 질책이 필요할 땐 따끔하게 말한다. 격려도 한다. 다만, 어떤 선수든지 ‘프로답게 알아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린 돈을 받고 프로축구 선수로 생활하는 것 아닌가. 프로답게 생활해야 한다.

Q. 후배들에게 무언가 얘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땐 (남)태희 형이나 (이)창민이를 찾아가서 얘기한다(웃음). 내가 직접 말하는 것보단 태희 형이나 창민이가 말하는 게 낫지 않겠나.

김동준은 제주 SK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다. 김동준은 지난해 9월 제주와 5년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동준은 제주 SK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다. 김동준은 지난해 9월 제주와 5년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올 시즌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제주가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그런데 제주는 올 시즌 10차례 홈경기에서 75,761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이 7,576명이다. 평균 관중이 지난해(6,364명)보다 1,212명 늘어났다. ‘팬이 늘어났다’는 걸 느끼고 있나.

나는 ‘우리 팬이 늘어났다’는 걸 5월 31일 FC 서울 원정에서 확실하게 느꼈다. 그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약 500명의 제주 팬이 오셨다. 제주에 4년 동안 있으면서 그렇게 많은 원정 팬은 처음이었다. 그 팬들에게 승리를 안겨드릴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날 승리 후 우리 팬들 앞에서 인사하는 데 큰 감동을 받았다.

Q. 올 시즌 일정의 절반이 지났다. 리그 19경기를 치렀고, 19경기가 남았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서 나아갈 건가.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이 우선이다. 우린 눈앞의 경기만 바라본다. 매 경기 승리가 목표다. 김학범 감독께서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면 파이널 A로 갈 거다. 더 나아가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나가는 거다. 거기서 더 발전하면 K리그1 우승 경쟁을 벌이는 팀이 되는 것”이라고 하신다. 우린 매 경기가 ‘단두대 매치’다.

Q.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 아닌가. 김동준에게 다가오는 경기는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나.

작년까진 강박이 심했다. ‘실점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경기에 나서는 게 좋긴 하지만, 때론 큰 부담으로 다가오더라. 올 시즌부턴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실점을 허용하거나 실수하더라도 차분하게 내 기량을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니 경기에서 패했을 때 빠르게 회복할 수 있더라.

제주 SK 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SK 김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제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제주 홈경기 평균 관중이 늘어나고 있다. 원정에서도 이전보다 많은 팬을 마주하고 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 더 많은 팬이 제주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가 먼저 팬들에게 다가가겠다. 팬들에게 더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도록 힘쓰겠다. 나는 ‘축구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겨있다’란 표현을 자주 쓴다.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팬 모두 하나되는 제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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