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링케 KPMG 글로벌 세무자문총괄
글로벌 최저한세 전면 도입
세율 경쟁서 제도 신뢰 경쟁으로 전환
한국 주요기업 유럽行, 세제 아닌 공급망·규제가 결정
해외 M&A 타깃 稅혜택, 인수 즉시 소멸…인수가에 반영해야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투자 셈법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낮은 세율’이 투자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였지만 올해 첫 신고를 앞둔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Pillar Two)’ 체제에서는 더 이상 결정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데이비드 링케 KPMG 글로벌 세무자문 총괄은 매일경제와 만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은 국제 조세의 패러다임을 ‘세율 경쟁’에서 ‘제도적 신뢰 경쟁’으로 바꾸어 놓았다”며 “이제 세금은 투자의 결정 요인이 아니라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연결매출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 다국적기업그룹이 어느 국가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 수준의 세 부담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자회사가 있는 나라의 실효세율이 15%에 미치지 못하면 모회사 소재국 등에서 부족분(추가세액)을 걷어간다. 한국은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글로벌 최저한세를 법제화했고, 2024년 1월 1일 이후 개시 사업연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첫 신고 기한은 올해 6월 말이다.
링케 총괄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유럽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그는 “삼성, 현대, 한화 등 한국 유수의 기업이 시장접근성, 공급망 안정성, 인프라,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해 미국과 유럽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경향이 확인된다”며 “특히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제조·기술 산업일수록 ‘가장 저렴한 곳’이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한 곳’을 찾는 투자의 질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꼽는 새 결정 변수는 여섯 가지다. ▲시장접근성 ▲공급망의 탄력성(Resilience) ▲고급 인적 자본의 가용성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비용 ▲규제의 예측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세제 혜택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었던 운영상 변수들이 이제는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링케 총괄은 한국 기업들에 “세제 인센티브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중장기 운영 안정성과 현지 규제 환경의 정합성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세무 전략을 사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통합해, 저세율 국가 진출 시 발생할 추가세액이 현지의 운영 효율성으로 충분히 상쇄되는지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세율 국가에 진출하더라도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 타당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링케 총괄의 진단이다. 과거 세무 실사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체 세무 리스크를 점검하는 데 그쳤지만,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이후에는 ‘그룹 차원의 영향’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그는 “대상 기업이 과거에 누리던 현지 세제 혜택이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 그룹에 인수된 이후 제도 적용으로 인해 소멸될 수 있다”며 “이는 인수 가격 산정에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법인세 감면 혜택이 큰 국가의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인수 전에는 유효했던 현지 세제 혜택이 인수 후 그룹 차원의 글로벌 최저한세 계산 과정에서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예상 세후 이익이 낮아져 인수 가격을 산정할 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링케 총괄은 “거래 구조, 자금 흐름, 지배 구조를 훨씬 더 장기적이고 글로벌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인수 후 통합(PMI) 단계에서 지배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의 세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무는 이제 M&A의 검토 항목이 아니라 가치 평가와 구조 설계의 핵심 요소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관점의 세무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하고, 인수 후 시너지 계산 시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세부담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세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인수 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링케 총괄은 한국 기업들의 공통 과제로 ‘데이터 거버넌스’를 꼽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전 세계 법인 간 정보의 연결성을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에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본사 주도의 ‘글로벌 세무 통제권’을 강화해 해외 자회사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조세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세무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제언이다.
그는 “세무를 특정 부서의 업무로 한정 짓지 말고 기업 전략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관리 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세무 담당자가 데이터 관리 전문가와 협업해 미래 세무 리스크를 예측하는 모델을 설계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향후 10년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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