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전세금 못 줄 판”…6·27 대책에 신축 입성도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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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9 07:00 수정2025.07.09 07:00

“세입자 전세금 못 줄 판”…6·27 대책에 신축 입성도 ‘날벼락’

한남4구역·개포우성7차 등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이주비 대출마저 6억 한도 제한

실거주+정비사업지 보유한 2주택자
임시 거주 주택 자금 마련 길 막혀


‘1+1 분양’ 받은 노량진 1구역
다주택자로 분류돼 대출 제한

시공사들은 추가 이주비 대출 경쟁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6·27 부동산 대책)은 주택 매매시장뿐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단계에서 꼭 필요한 ‘이주비 대출’도 대출 규제 사정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 제약으로 이주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공사 “LTV 150%” 경쟁…이주비 대출 뭐길래?

지난달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도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를 적용받는다.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조합, 시공사 등이 제공하는 ‘특수목적 대출’로 간주돼 왔던 이주비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명시한 셈이다.

“세입자 전세금 못 줄 판”…6·27 대책에 신축 입성도 ‘날벼락’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원의 이주를 돕기 위해 제공되는 대출 상품이다.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과 다른 개념이다. 통상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통해 임시로 거주할 주택의 전세금, 보증금 등 자금을 마련한다. 기존 주택을 임대 목적으로 활용했다면 이주비 대출을 받아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을 내어줄 수도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조합에서 이주 기간을 정한 뒤 이주비 대출 관련 내용을 고지한다. 시공사가 이주비 대출에 대한 이자를 대여해주는 경우도 있다. 적정 금리(은행 대출금리 이상) 수준의 추가 이주비 대여도 가능하다. 이주비 대출은 기존 주택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대출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강남구 개포우성7차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이주비 150% 보장’ 등 시공사의 금융 조달 경쟁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6·27 대책 사정권…수도권 정비사업 차질 우려

이주비 대출도 6·27 대책의 사정권에 포함되면서 정비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신축 아파트로 갈아타려던 2주택자(실거주 한 채+정비사업 한 채)는 물론 무주택·1주택자도 이주 자금 확보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목4동 정목초교 인근 노후 주택 지역.

서울 양천구 목4동 정목초교 인근 노후 주택 지역.

노후주택이 많은 정비사업 특성상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비중이 높다.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주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비사업지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고령층의 경우 이주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게 된다. 5인 이상 가구처럼 대형 면적대 주택 보유자가 비슷한 규모의 대체 주택을 마련해야 할 때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목동, 여의도 등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대출 한도 6억원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투기 목적의 자금이 아닌 이주비까지 이번 대책의 영향을 받아야 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주비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수할 경우 약정 위반에 따른 수수료 및 3년간 대출 금지와 같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대출을 받아 투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를 통한 정비사업 투기의 신규 유입을 막는 효과는 있다.

이주비 대출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이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사업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기조와 상충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처 앞둔 사업지 53곳…1+1 분양 논란도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사업지는 53곳(4만8339가구)이다. 강남구 개포 주공6·7단지,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용산구 한남2구역 등이 포함돼 있다. 이주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중구 신당8, 동대문구 이문4·제기6, 서대문구 홍제3, 동작구 노량진7 등 12곳(지난달 기준)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278-2번지 일대 노량진1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대상지의 모습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278-2번지 일대 노량진1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대상지의 모습

기존 주택 면적이 분양 신청 면적보다 넓어 2개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는 ‘1+1 분양’도 논란에 휩싸였다. 조합원 절반 이상이 1+1 분양을 신청한 노량진1구역이 대표적이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인 이 구역은 6·27 대책의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1+1 분양을 받은 경우 다주택자로 분류되는 만큼,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대출'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성격을 띠는 이주비 대출과 달리,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대출은 사업비 대출로 볼 수 있다. 당장은 강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더 높은 추가 이주비 대출을 규제하는 게 맞지 않았겠냐는 입장이다. 김 소장은 “추가 이주비는 신용대출을 통해 조성되는 만큼 금리가 3%가량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비용이 커지는 만큼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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