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일 새벽 이란을 공습한 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4% 이상 크게 올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대응하고 나오는 가운데, 중동 정세가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량의 20~30%가 지나는 곳이다. 만약 이곳이 막히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 전 세계에 ‘오일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22일 “마즐리스(이란 의회)가 오늘 긴급 총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결의, 이란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에스마일 쿠사리 마즐리스 국가안보위원장은 “이는 이란 국민의 뜻을 만방에 밝힌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SNSC는 외교·안보·국방·정보 정책 전반을 결정하는 최고 전략 기구다. 마수드 페제시안 이란 대통령이 의장으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국방장관과 외무장관, 정보부 수장 등 12명 내외로 구성된다.
이란 헌법상 각종 분쟁 및 안보, 외교 사안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SNSC를 통해 이뤄진다. 다만 SNSC의 결정이 이행되려면 최고 지도자의 재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최종 결정 기구가 아닌, 최고 지도자에 대한 정책 자문 기구의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는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게 달린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모인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전략적 해로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5%, LNG 수송의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가장 좁은 지점은 약 33㎞에 불과하며, 대형 유조선 대부분은 이란 영해를 거쳐야 하다 보니 이란이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의 핵시설 공습 직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현재까지 중동의 미군 기지를 향한 직접 보복은 하지 않았다. 이란의 강경파들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한 전면적 대응을 촉구해 왔다.
이에 대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며 “이란 경제 자체가 해협을 통한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숨통을 끊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레드라인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라며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핵무기 없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의 전쟁 상태에 있다”며 “이번 공습으로 핵 개발 속도를 실질적으로 후퇴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좋은 관계를 맺을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