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레벨4’
운전 어렵다는 부산 구도심이
자율주행AI 학습 최적지된셈
모빌리티 규제에 발목잡힌 한국
AI학습 위한 주행데이터 못쌓고
국내 택시업계 반발에 지지부진
“TV 뉴스에서만 보던 걸 직접 타보니 신기하네요. 승차감도 나쁘지 않고, 안전한 것 같습니다.”
손을 놓고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장면, 이제 더 이상 미래가 아닐지도 몰라요. 부산 자율주행 버스가 실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지난달 30일 탑승한 부산 A01 버스와 A02 버스의 운전대는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안전요원이 액셀을 밟아 버스를 출발시키고 시간이 지나자, 버스 모니터에 ‘자율주행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어요. 이어 운전대에서 안전요원의 손이 떨어졌지만, 버스는 부드럽게 차선을 유지하며 나아갔습니다.
버스의 커다란 직사각형 모니터에는 현재 주행 상태를 알려주는 문구와 다음 신호등 신호까지 나와 있었어요. 차선 변경을 할 때도 방향지시등 표시가 실시간으로 송출되었죠. 이는 차량 외부에 탑재된 라이다(LiDAR)와 카메라 등이 360도로 주변 사물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A01 버스와 A02 버스는 차량이 출발하거나 정지할 때와 돌발 상황일 때는 안전요원이 수동으로 운전대를 잡고, 주행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시험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레벨 4’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내 법규 문제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험운전자와 안전요원이 탑승하고 있어요.
롯데몰 동부산점을 방문하러 오시리아관광단지를 찾은 강지은 씨(46)는 우연히 탑승한 자율주행 버스를 타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강씨는 “운전석에 기사분도 계셔서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면서 “배차 간격이 길어 대중교통이 불편한 외곽 지역에 자율주행 버스가 더 많이 보급된다면 편의성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오시리아관광단지 자율주행 버스는 6개월 동안의 시범 운영 후 진행된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재이용 의향 65.9%의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지난달 9일에는 시범 운행을 마치고 부산광역시 최초로 유료로 전환됐죠.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한 1550원으로,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번 유료화는 향후 민관 협력을 통한 수익 구조와 민영화 바탕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은 실증 단계를 넘어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어요.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2025년 약 2000억달러에서 2034년 35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죠.
미국과 중국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레벨 4를 상용화했어요. 자율주행 레벨 4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차량 스스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해요. 구글의 웨이모(Waymo)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2500대 이상의 무인 택시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시내를 넘어 고속도로 구간까지 서비스를 전격 확대했죠.
중국도 빠르게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한시 도심에는 바이두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400대 이상 운행 중이에요. 바이두의 로보택시는 1억7000만㎞ 이상의 누적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우한시 전역을 능숙하게 누비고 있죠.
반면 한국의 자율주행 현주소는 미국·중국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입니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 전체를 합친 누적 실증 거리는 1306만㎞, 총운행 대수는 132대 수준에 불과하죠. 이는 선도국의 단일 기업 실적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평가에서도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그 이유로는 ‘갈라파고스 규제’와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꼽힙니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의 핵심은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방대한 주행 영상 원본의 확보입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혀 원본 데이터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했어요.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무조건 수동 주행으로 전환해야 하는 법규 탓에 실증 테스트의 맥이 끊기곤 했습니다.
기존 운수 산업과의 갈등 구조도 거대한 장벽입니다. 한국 택시 업계는 ‘우버(Uber)’, ‘타다’ 등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강력하게 반발하곤 했어요. 이때 정부나 국회는 신산업의 진출을 제한하기도 했죠.
이에 정부도 최근 대대적인 규제 철폐에 나섰어요. 2027년에 자율주행 ‘레벨 4’ 상용화를 목표로 광주광역시를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한 것입니다. 또한 원본 영상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함께 명확한 국가적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신강원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대중교통은 기존 교통수단을 대체하기보다 수요가 적은 외곽 지역이나 심야 시간대, 관광지 순환노선처럼 상대적으로 공백이 있는 영역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조 교수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과 기관들이 주행 마일리지, 수집 데이터, 학습용 컴퓨팅 인프라 자원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K자율주행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덕식 기자. 김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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