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여성을 데리고…" 'NCT 퇴출' 태일, 범죄 당일 전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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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8 20:19 수정2025.06.18 20:19

태일/사진=변성현 기자

태일/사진=변성현 기자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드린 것을 후회하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룹 NCT 출신 태일(본명 문태일)의 최후 진술이 시작되자 방청석 뒤편에 앉아 있던 한 중년 여성은 눈물을 훔쳤다. 이들 외에도 팬들로 보이는 다수의 20대, 30대 여성들도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을 의식한 듯 태일은 재판 후 취재진과 방청객이 모두 빠질 때까지 나오지 않았고, 이후 포토라인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도 빠르게 지나쳐 귀가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다)는 태일 등 총 3명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혐의 첫 공판이 진행됐다. 태일은 이날 "모든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특수준강간 혐의는 2명 이상이 심신상실 등 항거불능 상태의 상대를 간음할 경우 성립한다. 태일과 그의 지인들은 지난해 6월 서울 이태원에서 처음 만난 중국인 여성과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특수준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태일은 술에 취한 여성을 부축해 옮기고, 지인인 이모씨와 함께 택시에 태웠다. 이후 또 다른 지인 홍모씨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를 타고 이씨의 집으로 가 범죄를 저질렀다.

태일 등 일당은 이날 나란히 검은 옷을 입고 왔다. 그리고 공소사실에 대해 입을 맞춰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법률대리인의 조언을 받아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자수서를 제출했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선처를 당부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건 6월이고, 경찰이 두달동안 추적해 주거지 CCTV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자 자수서라는 걸 써서 찾아온 것"이라며 "그 부분은 적절하지 않은 거 같고, 법에서 정한 자수서 요건에도 맞지 않고, 자수라는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양형 7년을 구형했다.

이에 태일의 법률대리인은 "자수서의 경위 등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말하기보다는 법리적인 측면을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외국인이었지만 사건 직후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그의 신체 부위에서 태일을 포함한 3명 모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피해자는 이후 중국으로 출국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선임된 국선 변호사를 통해 수사기관과 이메일로 소통하며 수사는 이어졌다. 더불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까지 확보되면서 태일 일당이 피의자로 지목됐다.

이들은 또한 술을 먹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씨 측 법률대리인은 "사전 계획 없이 과도한 음주로 우발적 판단에 범행한 것"이라며 "음주 상태에서 분별력을 잃고 범죄로 나아간 만큼, 계획범죄가 아니다. 진심 어린 사죄로 합의하고, 처벌불원서까지 받았는데, 이건 피해자도 이 마음을 받아주신 것"이라고 전했다.

태일의 법률대리인 역시 피해자와의 합의로 제출된 처벌불원서, 사건 발생 2달 만에 접수한 자수서 등을 언급하며 "양형을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사건의 중대성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공동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신체 접촉이 이뤄진 후 발생한 사건"이라며 "술을 더 마신다는 생각뿐, 계획된 범행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태일에 대해 "어린 나이부터 공인으로 성실히 활동했고, 범죄 활동이 없고, 기부도 열심히 했고, 이런 성품을 아는 주변의 지인들이 탄원서를 작성했다"며 "이 사건 여파로 모친은 직장에서 퇴사했고, 피고인도 지인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유지가 어렵다. 교통사고 후유증도 겪고 있고, 자수할 무렵 팀에서도 탈퇴하고 계약도 해지 됐지만 건전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중"이라고 최후 변론했다.

실제로 이날 태일은 자기 소개할 때 "가수 활동을 하다가 회사에서 퇴출당했고, 현재는 아르바이트를 가볍게 하고 있다"고 직업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발언 사실이 알려진 후 오히려 NCT 팬덤에서는 분노와 비판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태일은 2016년 NCT 첫 유닛 NCT U로 데뷔했다. 이후 NCT의 핵심 유닛으로 꼽히는 NCT 127 멤버로도 활약했다. NCT127은 SM엔터의 대표적인 IP이자 캐시카우로 꼽힌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 퇴출 전 8년 동안 최정상 아이돌로 활동했던 태일이 '생활고'라는 단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산받은 건 유흥비로 다 쓴 거냐"는 날 선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태일의 자수를 두고 진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태일은 사건이 접수된 다음 날인 지난해 6월 14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팬들과 소통했다. 이날은 태일의 생일이었다. 태일은 "많은 분이 생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시즈니(팬덤명)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활동이 애매해 생일파티를 못 했다"며 "다리 문제도 있는데 다른 문제들도 좀 있어서 대관 일정을 늦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했다.

태일이 언급한 교통사고는 2023년 8월 오토바이를 타다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태일은 오른쪽 허벅지 골절 진단을 받았다. 당시 콘서트를 앞두고 태일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예정됐던 무대도 태일 없이 진행돼야 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우려해 팀 활동에서 빠져있는 사이 태일은 범죄 행각을 했고, 이후 바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는 점에서 팬 기만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더욱이 "양형에 고려해 달라"는 자수서를 제출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3일과 4일, 태일은 NCT 127 데뷔 8주년 기념 팬 미팅에 참석했다. 당시 태일은 "제가 (교통사고로) 무대를 함께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정식으로 팬들, 멤버들과 함께하다 보니까 그전에는 몰랐던 마음을 많이 느꼈고,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있었고, 태일은 8월 28일 소환 조사를 받기 직전 자수서를 제출했다.

다만 SM엔터는 태일의 범죄와 피소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엔터는 태일의 탈퇴 사실을 전하면서 "태일은 현재 형사 피소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는 전속 계약상 해지 사유에 해당함은 물론 아티스트로서 더 이상 신뢰를 이어갈 수 없어, 본인과 합의하고 전속계약 해지를 결정했다"며 "당사와 태일은 8월 중순에 피고소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태일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7월 1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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