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문자,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게 당했다”…5천만원 빼가도 모두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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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재훈 씨는 스미싱으로 인한 해킹으로 5000만원을 잃었으며, 이 사건은 경찰과 은행과의 복잡한 절차 속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씨는 피해를 잊으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불안감이 커져 가족과의 일상에서도 큰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스미싱 범죄가 갈수록 진화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절망감을 느끼며도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고, 피해 보상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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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챗GPT 생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챗GPT 생성]

강원도 춘천에서 아내와 함께 6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윤재훈(46·가명) 씨는 지난 2월 27일 스미싱 때문에 5000만원을 잃었다. 윤씨는 본인이 스미싱 문자를 언제 받았는지, 언제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됐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고, 은행에서 5000만원이 빠져나갔을 뿐이다.

그날은 윤씨가 평소와 다름없이 아내와 함께 저녁 장사를 하고 있는 때였다. 손님이 머물다 간 테이블을 치우고 있던 그때 윤씨의 휴대전화에서 알람이 두 번 울렸다. 알뜰폰 통신사 ‘U+유모바일’ 가입을 환영한다는 문자, 당시 윤씨가 사용하고 있던 통신사인 SK텔레콤 가입이 해지된다는 문자, 이렇게 두 통이 연달아 들어왔다. 이후 실제로 윤씨의 휴대전화는 전화·문자 수·발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윤씨는 SKT 직영 대리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해당 대리점에선 “고객님 휴대전화가 해킹을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로 개통됐다는 알뜰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방문한 인근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선 “알뜰폰 통신사에 대해선 저희가 해지 권한이 없다”고 했다. 윤씨는 ‘별일 없겠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가게로 돌아왔다.

잠시 뒤 농협중앙회 금융앱 ‘NH콕뱅크’에서 알림이 연속해서 떴다. 윤씨의 마이너스통장에서 약 20초 간격으로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이 낯선 예금주의 카카오뱅크 계좌로 빠져나갔다. 이 장면을 윤씨와 함께 지켜본 윤씨의 아내는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 현실을 부정하며 몇 번을 다시 확인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윤씨는 즉시 농협과 카카오뱅크 콜센터에 연락해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상대방 계좌에서도 이미 돈은 빠져나간 상태였다.

당일 저녁 윤씨는 춘천경찰서에도 방문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사건을 접수한 지 2주쯤 지난 시점에 담당자가 배정됐다. 이후 사건은 경북 경산경찰서로 넘어갔다. 윤씨의 돈이 입금된 통장 예금주를 불러 조사한다는 이유였다. 지난 5월 사건은 다시 춘천경찰서로 되돌아왔다가 지난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 넘어갔다. 그 사이 경찰이 스미싱 범죄 중간책을 붙잡아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고, 해당 피의자는 구속 기소됐다. ‘돈을 돌려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에 윤씨는 좌절했다.

은행도 윤씨에게 냉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미싱 피해를 입은 뒤 윤씨는 농협에 비대면 금융사고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말 농협은 4개월간의 조사 끝에 ‘사고조사 결과 통지서’를 한 장 보냈다. 심사 결과에는 ‘해당없음’이라는 네 글자가 선명했다. 이용자가 개인정보, 전자적 장치, 계좌용 비밀번호 등 제공(노출)해 제3자에 의한 전자금융거래가 실행된 데는 은행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윤씨가 항의하자 농협 측은 소송을 제기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윤씨는 “언제 어떤 문자 때문에 내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됐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부주의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너무 가혹하다”며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휴대전화가 무단으로 해지·개통되고, 은행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돈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7일 스미싱 피해를 당한 윤재훈(가명) 씨의 계좌 입출금 내역. [본인 제공]

지난 2월 27일 스미싱 피해를 당한 윤재훈(가명) 씨의 계좌 입출금 내역. [본인 제공]

스미싱 피해자 윤재훈 씨(가명)가 지난 6월 말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사고조사 결과 통지서’ [본인 제공]

스미싱 피해자 윤재훈 씨(가명)가 지난 6월 말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사고조사 결과 통지서’ [본인 제공]

이제 윤씨는 아무것도 믿지 못한다. 문자함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쌓여도 쉽사리 열어보지 못한다. 링크가 첨부된 문자를 볼 때면, 파란색 URL(인터넷 주소)에서 손가락을 최대한 멀리 한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차단한다. 윤씨는 은행 공인인증서도 폐기했고, 은행 앱도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쓰던 휴대전화 번호도 새로 바꿨지만, 기존 번호로 연락하는 이들에게 새 번호를 안내해 주는 서비스는 신청하지 않았다. 또 다시 스미싱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번 일로 윤씨는 심리 상담도 받고 있다. 윤씨는 “장사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통장의 한도까지 바닥나니 너무 힘들다. 식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은 아내 명의로 대출을 받아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5000만원이 누군가에게는 여유자금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생계가 걸린 돈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말했다.

힘든 나날을 견디게 해주는 존재는 가족들뿐이다. 윤씨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번번이 좌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아내는 “잃은 돈은 이제 잊고 지내자”라고 위로한다. 중학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자녀는 윤씨에게 “아빠, 우리 이제 어떡하지?”라고 묻는다. 이에 윤씨는 “잘 될 거야. 아빠가 받아올 거야”라고 답한다.

윤씨는 자신이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윤씨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볼수록 ‘해도 안 된다’는 절망만 깊어진다. 다 포기하고, 그냥 열심히 살아서 다시 돈을 모으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싱 피해 이후 윤씨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가 재앙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고 했다. 윤씨는 “스미싱, 보이스피싱 등 범죄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데,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주의사항만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피해자가 감당하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지시한다 해도 현실이 달라지리라는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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