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법 지연은 ‘정책 철학’ 부재 탓…핀테크 혁신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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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가 스테이블코인을 막아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안전장치 아래 키워야 할 인프라로 볼 것인지 정책 철학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김종원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진행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관련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안전장치 아래 키워야 할 인프라로 보고 입법 속도를 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올해 1분기 중에 입법할 것이라고 이재명 대통령에 지난 1월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했고 지방선거, 5월 이후 정무위 원구성 일정 등으로 당정협의를 비롯한 법안 논의가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민병덕·이강일·박상혁 민주당 의원 및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디지털자산 종합법안과 안도걸·김현정 민주당 의원 및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스테이블코인 특화 법안, 지난 3월9일 발의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안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총 8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직후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오는 29일 전반기 국회가 종료되고 다음달 5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선출, 이후 상임위 원구성이 완료된 직후 6월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간사를 맡고 있는 안도걸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조 이데일리 5월27일자 <지방선거 후 스테이블코인법 처리 속도전…與 “우선입법 처리”(종합)>)

이에 대해 김종원 이사장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핀테크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느냐라는 것”이라며 핀테크 혁신을 키우는 쪽으로 입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50%+1주 은행컨소시엄 관련해 “은행 중심 구조를 전제로 하더라도 기술력 있는 웹3.0 기업과 핀테크 기업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어야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디지털자산 시장은 디테일에서 신뢰가 결정된다”며 스마트컨트랙트와 프로토콜 책임 구조,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신원확인(KYC), 보안, 고객자산 분리, 표준화된 공시 체계 등 50%+1주 및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 논란 이외에도 숨어 있는 쟁점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이외에도 김 이사장은 “법인 투자 허용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시급하다”며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 정책도 함께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진흥을 위한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며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처리도 병행할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김종원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진행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관련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안전장치 아래 키워야 할 인프라로 보고 입법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입법을 당초 1분기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입법 지연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나.

△입법 지연 이유는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 이슈가 아니라 금융, 통화, 결제, 외환, 기술 규제가 동시에 얽힌 복합 과제이기 때문이다. 1단계 입법이 이용자 보호 중심이었다면 2단계는 준비자산, 상환 구조, 지급결제 안정성, 은행권 역할, 통화정책과의 관계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가 스테이블코인을 막아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안전장치 아래 키워야 할 인프라로 볼 것인지 정책 철학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는 방향을 정해야 한다. 저는 후자가 맞다고 본다.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 등의 쟁점을 어떻게 풀면 될까.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은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경직적으로 적용하면 혁신 기업은 주변부로 밀려난다. 그렇게 해서는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자라기 어렵다.

해법은 소유 비율 중심 규제에서 역할과 책임 중심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준비자산 관리와 상환 안정성은 은행이나 엄격한 인가 기관이 맡고, 발행 기술·유통·지갑·결제 서비스는 혁신 기업에도 열어줘야 한다.

거래소 지분 규제 역시 획일적 제한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공시, 정보 차단 장치, 내부통제, 불공정거래 감시 같은 정교한 행위 규제가 더 현실적이다. 핵심은 누가 하느냐보다 어떤 규제 체계를 통해 하느냐다.

-언제쯤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나.

△입법 시점은 단정하기 어렵다. 쟁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구체화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방향과 완성도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정문 의원(가운데)과 민병덕 의원(맨왼쪽), 박민규 의원(맨오른쪽) 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의 정부안을 기다릴 게 아니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을 상정하고 여야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은행 50%+1주, 거래소 지분규제 논란 때문에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할 많은 쟁점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할 숨어 있는 법적 쟁점 사안은.

△논의가 지배구조 이슈에 집중되면서 정작 시장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쟁점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은 디테일에서 신뢰가 결정된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스마트컨트랙트와 프로토콜 책임 구조다. 사고가 났을 때 발행자, 운영자, 개발사, 수탁기관, 지갑사업자 중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불명확하면 분쟁만 커진다.

둘째는 보안과 사이버 복원력 기준이다. 지갑 보안, 키 관리, 스마트컨트랙트 감사, 사고 보고, 피해 구제까지 하나의 체계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처럼 결제 기능이 있는 서비스는 더 높은 안정성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는 자금세탁방지(AML)·고객신원확인(KYC)의 위험기반 차등 적용이다.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기술 서비스 제공자와 실제 자산 이동을 통제하는 사업자는 책임 수준이 달라야 한다.

넷째는 고객자산 분리와 도산절연 구조다. 수탁 자산과 준비자산이 사업자 부실과 분리돼 보호되지 않으면 이용자 보호는 공허한 말이 된다.

다섯째는 표준화된 공시 체계다. 발행 구조, 준비자산, 상환 메커니즘, 기술적 취약점, 이해상충 가능성까지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허용할지 말지를 정하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설계하는 법이 돼야 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5일 총재 후보자 신분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보완적 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고 각각의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며 "은행 중심 구조를 기본으로 하되 핀테크 컨소시엄 안에서 추진된다면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신현송 한은 총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신현송 총재의 발언은 업계에 의미 있는 신호였다. 협회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핀테크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느냐다. 은행 중심 구조를 전제로 하더라도 기술력 있는 웹3.0 기업과 핀테크 기업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어야 생태계가 살아난다.

전임 체제가 CBDC 인프라 구축에는 성과를 냈지만 민간 스테이블코인에는 다소 방어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하이브리드 통화 생태계 논의가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뢰와 안정성은 CBDC나 예금토큰이 맡고, 속도와 서비스 혁신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담당하는 구조가 현실적인 해법이다.

-구체적으로 필요한 점은.

△공존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은행 중심 논의에 갇히지 말고 비은행권에도 참여 문호를 열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단절되지 않도록 상호운용성 기술 표준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셋째, 민간 혁신을 잠재적 위험으로만 보지 말고,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 관리 가능한 혁신으로 키워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배제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고, 통제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공존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단기, 중장기적으로 어떤 제도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관 참여와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산업 진흥의 시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업계가 요구하는 사안들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한국 시장이 개인 중심의 투기 시장을 넘어 성숙한 자산 시장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제들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법인 투자 허용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논의다. 글로벌 자본은 이미 ETF를 통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만 문을 닫아둘 수는 없다. 기관과 법인의 자금이 유입돼야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생태계도 안정된다.

은행 소유 규제 완화와 금산분리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 금융권의 자본력과 내부통제 역량이 가상자산 수탁 등 분야에 들어오면 오히려 투자자 보호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유 자체보다 건전성, 이해상충 통제, 소비자 보호다.

또한 1은행·복수 거래소 체계, 시장조성자(MM) 제도, 파생상품의 단계적 논의도 필요하다. 특정 거래소 쏠림과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제도권 안에서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키워야 시장이 성숙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기반으로 불공정거래를 강하게 차단해야 한다. 토큰증권발행(STO)·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경계 자산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상장·공시·평가 체계를 정비하고 발행과 유통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형 모델 완성을 위해서는 디지털자산 전담 컨트롤타워, 네거티브 규제와 샌드박스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권한이 여러 부처로 흩어진 구조로는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함께 달성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처리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블록체인 업계에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와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협회는 최근 국회에서 블록체인 기본법 토론회를 열고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병행해 블록체인 기본법 추진에도 나섰다. 블록체인 기본법이 왜 필요한가.

△블록체인 기본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 자체보다 제도의 공백과 불확실성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진흥을 위한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더이상 가상자산의 주변 기술이 아니다. AI, 데이터경제, 디지털 신원, 토큰증권발행(STO), 스테이블코인, 공공행정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신뢰 인프라 핵심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국가 전략기술 차원에서 다루는 기본법이 있어야 한다.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나.

△기본법에는 ‘블록체인의 법적 정의와 국가의 육성 책임’, ‘범부처 조정 체계’, ‘표준화·보안·인증·컴플라이언스 기준’, ‘실증·사업화·인재 양성 지원’, ‘법정협회 또는 이에 준하는 민관 플랫폼의 근거’가 담겨야 한다. 특히 다윈KS 사례와 같이 부처별 해석 차이로 혁신이 멈추는 현실은 더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참조 이데일리 5월22일자 <“스테이블코인 환전 불가” Vs “무리한 규제”…FIU 놓고 법정 충돌>)

-어떤 로드맵 일정으로 가야 하나?

△로드맵은 분명하다.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산업계·학계·법조계 의견을 수렴해 입법 초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연내 발의 기반 조성, 이후 정기국회 심사로 이어가야 한다. 협회는 이번만큼은 기본법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연내에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끝까지 밀어붙이겠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국 시장은 닫힌 시장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시장, 투기적 시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 시장, 고립된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과 연결된 시장으로 가야 한다. 협회도 그 방향에서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계속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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