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시그널2’가 개인사 문제로 ‘은퇴’를 선언한 조진웅의 출연 분량을 ‘편집 없이’ 내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이를 둘러싸고 격렬한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제공|tvN
“쪽대본 시절이 그리울 줄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며 진화해 온 케이(K)드라마의 사전제작 시스템이 뜻밖의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격이다. tvN 드라마 ‘시그널2’가 개인사 문제로 ‘은퇴’를 선언한 조진웅의 출연 분량을 ‘편집 없이’ 내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이를 둘러싸고 격렬한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은 한편으로 JTBC 사태로 대변되는 국내 미디어 환경의 악화 분위기와도 오버랩되며 사전 제작 시스템이 지닌 구조적 리스크를 다시 한번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도 있다.
과거 한국 드라마를 상징했던 일명 ‘쪽대본’이나 ‘생방송급 제작’ 등은 열악한 노동환경 심화란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출연자 리스크가 터졌을 경우엔 상대적으로 유연한 방어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방영 도중 문제가 생기면 극 중 캐릭터를 ‘유학’보내는 등 서사를 급조하는 응급 처방이 그 예로, ‘클리셰’란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나름의 리스크 분산 기능은 가능했다. 반면 현행 사전 제작 시스템은 이런 유연성을 ‘제로’로 만들었다. ‘시그널2’는 이미 지난해 촬영을 마친 상태로, 장르 특성상 주연 분량을 덜어내면 전체 서사가 붕괴되는 맹점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연말연초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명 ‘조진웅 사태’에 맞물려 책임과 대가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물러난 점도 짚어 볼 대목이다. 논란의 당사자는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막대한 재정적 리스크는 ‘고스란히 남겨진 자들의 몫’인 현실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업계 안팎은 물론 일부 대중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전 제작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리스크 분산, 예컨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에 맞물려 미국 할리우드나 유럽에서 실행되고 있는 ‘컴플리션 본드’(제작이행보증)나 연기자 보험 등의 도입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기자의 개인사 문제로 ‘재촬영이 불가피’해질 때 발생하는 초과 비용을 보험사가 상당 보전해 스태프 ‘생존권을 보호’하는 장치로, 국내에서도 유사 보험 상품이 기획된 바 있으나 높은 보험료와 까다로운 지급 조건 탓에 유명무실해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출연자 개인의 일탈로 작품 전체가 사장되는 ‘연대책임의 굴레’를 끊어야 한다”며 “국내 미디어 시장도 한국형 제작보험 제도의 현실화 등 금융 안전망의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짚었다.
허민녕 기자 mign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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