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최근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사용이 급증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이 기존에 개설해 둔 마통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마이너스통장 신규 한도 제한 등 자율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개설된 마통 사용까지 제한하기는 어려워 대출 증가세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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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43조336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0월 말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마통 잔액은 4월 말 39조6675억원에서 5월 말 41조5324억원으로 1조865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이달에도 25일까지 1조8039억원 늘었다.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개인 신용대출 잔액도 108조7272억원으로 2023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마통 한도 대비 실제 사용 비율인 소진율은 44.8%까지 올라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전체 은행권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 36.0%였는데, 2분기 들어 증시 변동성 확대와 ‘빚투’ 수요로 5대 은행 평균은 45%에 육박한 것이다. 전체 설정 한도 96조7469억원 가운데 실제 사용액이 43조3363억원에 달했다. 한 은행은 내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다른 은행들도 코로나19 당시 증시 활황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이미 확보해 둔 마통을 투자자금으로 적극 활용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단기 매수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마통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은행들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일수록 기존 마통 사용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 신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하거나 미사용 한도를 감액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신규 마통 개설을 일시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신용대출 관리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대부분 신규 취급이나 만기 연장 시 적용된다. 이미 개설된 마통은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증시 강세 국면에서는 사실상 투자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기존 마통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달 가계대출 증가도 신용대출이 주도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74조496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조6735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은 2조2118억원 늘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조1043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 수요가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도 빚투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비상 관리체계를 가동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현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상호금융권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 신용대출 증가세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25일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열고 최근 증시 상승으로 개인투자자의 차입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 등 주요 차입투자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ETF 등과 관련한 세부 관리 방안은 별도로 검토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신용대출은 계속 조이고 있지만 이미 확보한 마이너스통장 사용까지 제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경우 당분간 마통을 활용한 투자 수요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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