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계에서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수상을 계기로 ‘뮤지컬산업진흥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민간의 힘으로 시장을 키워 토니상 수상 쾌거를 이룬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 뮤지컬 장르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
‘뮤지컬산업진흥법’ 추진 경과. (디자인=김일환 기자) |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안’은 뮤지컬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정부의 5년 주기 뮤지컬산업진흥기본계획 수립·시행 △뮤지컬산업 활성화 및 지원 방안 마련 △뮤지컬산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 △뮤지컬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 시책 마련 △국내 창작뮤지컬 수출 및 지역 뮤지컬 산업 지원 △뮤지컬산업의 진흥·발전을 위한 지원기구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본회의까지 가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공연 관계자들은 이제라도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뮤지컬은 고용창출, 수출증대 등 산업적으로 부가가치도 크지만 높은 제작비와 제작 과정에서의 복잡성 등으로 흥행 실패 시 따르는 리스크가 막대하다”며 “초기 창작부터 무대화, 상업화, 수출까지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또 “6월 대선을 치르기 전에 ‘뮤지컬산업진흥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 협회와 정책추진 협약을 맺었다”면서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진흥법 제정을 위해 우선적으로 뮤지컬에 대한 정의와 뮤지컬 시장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현재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뮤지컬’로 나눠져 있는 만큼 진흥법이 구체적으로 지원할 범위를 정확히 규정해 제대로 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이 참여한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뮤지컬은 국제 협업이 매우 자연스러운 분야”라면서 “정부의 지원도 ‘한국’ 창작진에만 집중하지 말고 뮤지컬 산업 자체를 글로벌 관점으로 바라보며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시장을 키우려면 관객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며 “한국 뮤지컬 시장을 관광산업과 엮어 해외 관객을 유치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국 뮤지컬에 대해 외국에서 지속적으로 관심 갖게 하려면 꾸준한 자료 축적을 통한 해외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 교수는 “뉴욕의 경우 호텔 TV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련 인터뷰와 제작 과정 영상이 계속 송출되는데, 우리는 자료가 부족해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며 “진흥법을 제정한다면 아카이빙 구축에 대한 규정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뮤지컬 시장 확대를 위한 티켓 가격 안정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원 교수는 “시장 확대를 위해선 티켓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티켓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부가세 감면 혜택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