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리커버 도서…'표지갈이' 눈속임일까 리뉴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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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6 15:59 수정2025.06.16 15:59

<급류> 리커버 표지.

<급류> 리커버 표지.

"세상 모든 책이 이 시기를 위해 준비된 것만 같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서점가에 신간이 쏟아지자 한 출판사 편집자는 이같이 말했다. 해마다 출판사들은 '출판계 최대 책 축제'라는 대목에 맞춰 신간 일정을 조정한다. 이맘때 '리커버(re-cover)' 도서 역시 빠지지 않고 출간된다. 리커버 도서는 본문은 거의 손대지 않고 표지 디자인을 바꿔 출간한 책을 말한다.

1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들어 도서명 또는 부제에 '리커버'가 포함된 도서만 18종 출간됐다. 책 이름에 별도 표기를 하지 않은 리커버 도서들이 적지 않은 걸 감안하면 실제 판매 중인 리커버 도서는 그 이상이다.

조만간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문학동네시인선 200권째를 맞아 2023년 출간된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같은 해 출간된 <최강록의 요리 노트> 등이 리커버로 나올 예정이다. 최초 출간 당시와 본문 내용은 그대로이고 표지 디자인만 다른 책들이다. <최강록의 요리 노트>의 경우 최강록 셰프의 신간 <요리를 한다는 것>이 출간되는 걸 기념해 도서전에서만 한정판매한다.

리커버 도서는 주로 'O만부 판매 돌파' '작가 탄생 O주년'을 기념하거나 드라마화, 문학상 수상 등을 앞세워 나온다. 위즈덤하우스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자 2017년 출간됐던 그의 자서전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리커버를 내놓았다. 민음사는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피를 마시는 새> 출간 20주년을 맞아 일러스트를 넣은 특별 한정판 리커버를 도서전에서 선보인다.

하지만 리커버 도서를 두고 표지 디자인만 갈아끼우는 '눈속임'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나온 책이라도 표지가 새로우면 신간처럼 독자의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신작을 발굴하고 출간하는 것보다 적은 수고를 들여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리커버는 출판사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도서전 마케팅 수단"이라며 "헌 책을 새 책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을 리커버로 내는 것은 일종의 팬서비스라는 반론도 있다. 민음사는 도서전을 맞이해 정대건의 장편소설 <급류> 표지를 이진주 작가의 그림으로 장식한 리커버 도서를 선보인다. SNS 입소문으로 출간 2년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해 20만부가 팔려나간 걸 기념하는 특별판이다. 특별판을 소개하는 글이 추가됐을 뿐 본문 내용은 사실상 같다.

<급류> 리커버를 담당한 박혜진 민음사 한국문학팀 부장은 "순수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구간'이 다시 사랑받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이라며 "도서전이 워낙 독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때이다 보니 시기를 맞춰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각 리커버의 계기와 방향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느냐가 평가를 가른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리커버는 종이책의 가치를 높이려는 출판계의 다양한 시도 중의 하나로,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독자들의 검증을 거친 책들을 다시 발견하게 만든다"면서도 "새로 출간된 책처럼 보이게 의도한다면, 그것은 마케팅이기보단 일종의 독자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책을 '다시', 혹은 '여전히' 읽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왜 여전한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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