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치권에서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이례적인 결단을 내린 국회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산케이신문은 입헌민주당 소속 데라다 마나부 의원이 남은 임기 동안만 의원직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은퇴를 예고한 셈이다. 일본의 차기 중의원 선거는 2028년 치러질 예정이지만 총리의 중의원 해산 결정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다.
마나부 의원은 어린 아들의 육아와 고령 모친의 간병, 배우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나부 의원의 배우자는 무소속 데라다 시즈카 의원이다. 마나부 의원은 7선 중의원(하원·임기 4년) 의원, 아내는 재선 참의원(상원·임기 6년) 의원이다.
마나부와 시즈카의 지역구는 모두 아키타현이다. 아키타현은 도쿄와 약 500㎞ 떨어져 있어 오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10대 아들과 80대 노모의 돌봄 문제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 여기에 노모의 간병을 도와주던 마나부의 누나까지 과로로 쓰러지면서 더는 직장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마나부 의원은 정치 경력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마나부 의원은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정치 활동을 이어가 달라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아내의 커리어를 우선하기로 했다”며 “요즘 맞벌이 세대에서는 아내가 경력을 포기하는 패턴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나부 의원의 사례가 개인적 선택을 넘어 맞벌이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맞벌이 가구는 약 1200만 가구다. 외벌이 가구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러나 가사·육아 영역이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해 워킹맘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