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가격표에 관세 비용 표시” 뉴스에 트럼프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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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에 항의 전화…아마존 “검토만 했을 뿐” 해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04.30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04.30 워싱턴=AP 뉴시스
‘아마존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아마존은 제품 가격 옆에 관세를 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이 미국의 공급망 붕괴 및 물가 상승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29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불꽃 갈등’이 벌어졌다. 145%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 아마존이 원래 제품 가격 옆에 관세로 인한 비용을 따로 보여주는 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분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조스 창업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따지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관세를 관세라 말 못하는 美 기업들

이날 갈등은 펀치볼 뉴스라는 매체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이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각 제품의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곧 보여줄 것”이라며 “아마존 사이트에서 제품의 총 가격 바로 옆에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인들이 아마존에 접속해 쇼핑을 할 때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제품별 물가 상승을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심각한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조치였다.

백악관은 즉각 발끈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올렸을 땐 왜 이런 (상승가격 표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이날 CNN은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에 베이조스 창업자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통화 사실을 인정하며 “베이조스는 정말 친절했고 훌륭했다. 그는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아마존은 “이는 20달러 이하의 제품을 파는 (중국산 저가상품 전용) 하위 사이트에 대해서만 고려했던 아이디어”라며 “아마존 메인 사이트에는 전혀 고려되거나 승인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이 같은 대통령의 압박과 기업 순응을 비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왜 액수가 공개되는 건 두려워 하냐”며 “관세는 세금이며 대중은 정책이 최종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제품별 관세 공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중국계 ‘테무’는 관세 별도 표기

미국 기업인 아마존은 제품 가격과 관세를 구분해 보여줄 수 없게 됐지만 중국계 쇼핑몰로 미국 앱스토어의 최고 인기 앱 중 하나인 ‘테무(Temu)’는 이미 제품 가격과 별도로 관세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무에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땐 총 가격만 뜨지만 결제 과정에서 수입 관세가 추가돼 최종 가격이 변한다”며 “275.03달러어치 제품을 담고 결제를 했더니 343.26달러의 관세가 추가돼 최종 가격이 628.49달러가 됐다”고 전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극심한 관세 부담에 일부 판매자들은 차라리 시장에서 빠지는 편을 선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의 정기 할인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참여하지 않는 판매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이익 마진을 지키기 위해 덜 팔더라도 정가에 파는 편을 선택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세 표기를 둘러싼 이번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베이조스 창업자의 관계가 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가 하면 4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멜라니아 여사의 다큐멘터리를 독점 제작하는 등 구애를 펼쳐왔다. 또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비판 사설과 만평 등을 싣지 않도록 하면서 이 과정에서 저명한 언론인들이 잇달아 사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로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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