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저씨 패션'으로 취급받던 버뮤다 팬츠가 올 봄 아동복 시장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인 패션계를 강타하면서 이 트렌드가 어린이 옷장까지 점령하는 분위기다. 유행과 맞물려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버뮤다 팬츠를 찾는 부모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4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여아 아동복 브랜드 '더데이걸'이 올 봄·여름(S/S) 시즌에 선보인 '버뮤다 팬츠'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58%나 늘어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차 입고된 4000장이 빠르게 완판되면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물량이 달려 2차 리오더 수량만 기다리는 형편이다. 또 다른 아동복 브랜드 '유솔'과 '리틀브렌'의 올 봄 신제품 판매 순위에서도 버뮤다 팬츠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남아, 여아 할 것 없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버뮤다 팬츠를 구매하는 분위기다.
버뮤다 팬츠의 인기는 성인 패션계의 유행과 맞물린다. 활동성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1990년대 패션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버뮤다 팬츠는 성인들에게서 먼저 '패피'(패션피플) 필수템으로 자리잡았다. 루이비통, 프라다,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이 먼저 런웨이에서 다채로운 소재와 디자인의 버뮤다 팬츠를 선보였다. 벨라 하디드, 헤일리 비버 등 해외 유명 패셔니스타들도 관련 패션을 착용하면서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
국내에선 에스파 카리나, 아이브 레이 등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버뮤다 팬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10대 사이에서도 유행이 빠르게 번져나가는 중이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잇따라 유행 패션으로 버뮤다 팬츠를 내놓고 있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대중문화를 접하는 10대들 사이에서 아이돌 가수의 패션이 큰 영향을 주며 아동복 시장의 트렌드가 성인 패션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동복 구매에 있어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선호도를 표현하는 시대가 된 점도 한 몫 한다.
넉넉한 바지 통과 큼지막한 주머니가 달린 디자인이 봄철 야외 활동에 제격이라 판단하는 학부모 사이에서도 자녀 복장으로 선택되는 분위기다. 한때 유행이 지난 촌스러운 아이템으로도 여겨졌지만, 최근엔 트렌디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잡은 옷으로 부각됐다.
아동복 업계는 버뮤다 팬츠의 소재와 디자인에 변화를 주며 트렌드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더데이걸은 소재를 변주해 데님 제품부터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찰랑거리는 소재까지 제품 라인을 다양하게 확장했다. 다른 아동복 브랜드들도 잇따라 아이들의 체형을 고려해 주머니 유무, 절개 디자인 등을 변경한 다채로운 실루엣의 제품을 준비 중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아이들 활동성을 보장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버뮤다 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당분간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어린이날 특수를 앞두고 상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