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택연은 5월 들어 흔들리고 있지만, 데뷔 첫해인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일어선 바 있어 다시 위용을 찾을 것이란 믿음이 크다.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김택연(20)은 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BO리그 무대를 밟자마자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60경기에 구원등판해 3승2패19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ERA) 2.08의 호성적으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6월부터는 팀의 뒷문을 굳게 지키며 입단 첫해부터 대체불가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에도 초반 기세는 좋았다. 첫 7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4세이브를 챙겼다. 이 기간 안타는 단 2개만 내줬고, 삼진(9개)/볼넷(2개) 비율도 매우 이상적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1이닝 2안타 무4사구 1탈삼진 3실점(1자책점))에서 첫 실점을 기록한 뒤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이날부터 13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9경기에선 2세이브를 챙겼지만, ERA가 7.45(10.2이닝 8자책점)로 좋지 않았다. 총 14개의 삼진을 엮어낸 구위는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가는 공이 늘어난 까닭에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블론세이브도 3개였다.
선수의 성장 과정에 고비가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마무리투수는 한 번의 실패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그만큼 부진이 더 크게 부각된다. 여기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데, 그 고비를 이겨내는 선수는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마무리투수로 성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택연은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다. 지난 시즌 첫 3경기에서 제구 불안 속 ERA 7.71의 부진한 성적으로 2군에 내려갔으나,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1군에 복귀해 셋업맨을 거쳐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았다. 당시 김택연은 “신인답게 잘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24일 광주 KIA전에서 0.2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뒤에는 이승엽 두산 감독조차 김택연의 심리적인 측면을 우려했지만, 이후 12연속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모두를 안심시켰다.
김택연이 지금의 위기도 딛고 일어설 것이란 믿음이 확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13일 대전 한화전(4-3 승)에서 3-1로 앞선 9회말 2사 1루서 최인호에게 동점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직후에도 곧바로 다시 일어섰다. 다음날(14일) 대전 한화전(7-1 승)에서 5-1로 앞선 8회말 1이닝을 1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침체했던 분위기를 바꿨다. 평균구속 150㎞의 직구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김택연을 향한 집중견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스스로도 지난해보다 견제가 심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업그레이드를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스플리터의 비중을 늘리는 등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좀처럼 만족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김택연의 성향도 반등을 기대케 한다. 당연히 김택연을 향한 두산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그대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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