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신한울 원전 1, 2호기 공사를 마무리한 데 이어 올해 5월부터는 신한울 3호기 구조물 공사에 들어갔다. 국내 원전 건설공사가 다시 본격화한 것은 2016년 새울 3, 4호기를 지은 지 8년 만이다.
◇신한울 3, 4호기도 본격 착공
신한울 1호기와 2호기는 각각 2022년 12월, 2024년 4월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신한울 1, 2호기는 국내에서 상업 운전을 시작한 27, 28번째 원전인 차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이다. 두 기는 한 쌍으로 지어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신한울 1, 2호기 종합 준공은 이런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력원 확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신한울 1, 2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시간당 1400㎿다. 이 전력은 경북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의 절반에 해당한다. 최신 반도체 생산공장 2~3곳을 돌릴 수 있는 양이다. 한수원이 이들 원전을 안정적으로 준공, 운영하면서 국가적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할 안정적인 전력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건설 허가를 받은 뒤 발전소 구조물 공사에 들어간 신한울 3, 4호기 건설작업도 한창이다. 2022년 7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가 결정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서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지난해 9월 건설 허가가 났다. 한수원은 건설 허가 취득과 동시에 본관 기초굴착공사에 들어갔다. 지난 5월엔 신한울 3호기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
한수원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과 함께 원전 생태계 회복을 위한 일감 공급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급계약 체결 후 최대 30%까지 즉시 선금을 지급하는 ‘선금 특례 제도’를 시행해 탈원전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선금 지급을 확대했다. 선금 지급액은 2023년 4790억원에서 지난해 6256억원으로 증액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의 노력으로 원전 산업과 기업의 투자 규모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국내 원전산업이 재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대 발전량 달성하고 물가안정 기여
국내 최대 발전사이자 유일한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한수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발전량(188TWh)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전력 거래량의 약 32.6%에 해당한다.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한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물가 안정에 이바지함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원자력 단가는 66.4원으로 석탄 143.6원, 액화천연가스(LNG) 175.6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저렴하다. LNG 대비 약 9024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효과도 있었다.
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은 23기다. 최근 운영 허가가 만료된 고리 3, 4호기를 포함해 국내 원전의 지난해 이용률은 83.8%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AI를 적용한 고지능형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간 재난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해 원전 운영체계 수준을 끌어올렸다”며 “인적 행위 분석 체계도 도입해 인적 오류 또한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전국 모든 원전의 실시간 운영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발전소 이슈 발생 시 상황실에서 24시간 교대근무하는 원전 전문가들이 발전소 현장의 운전원들과 함께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정지를 예방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의 안정적인 재가동을 위해 분야별 재가동지원팀을 운영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진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7년 역사 마감하고 새 길 연 고리 1호기
1978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40년간 전력을 생산하며 한국 전력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다 2017년 6월 영구 정지됐다. 한수원은 2021년 5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안위는 4년간 제출된 계획서에 대해 해체 방법과 절차의 적정성, 방사성 폐기물 관리,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 후 지난 6월 26일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최종 승인했다.
한수원은 해체계획서 승인일을 기점으로 2037년까지 약 12년간 해체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올 하반기부터 비관리 구역인 터빈 건물 등에서 해체 작업을 시작한다. 이후 발전소 습식저장조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반출되는 시점인 2031년부터 방사선 관리구역 해체를 차례로 진행한다. 2035년부터는 발전소 부지 복원을 시작해 2037년 해체를 완료할 예정이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고리1호기 해체 경험이 한국 원전 해체산업 전반의 기술 축적과 제도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 한수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원전 건설부터 운영, 해체까지 이르는 원전 전(全)주기 체계를 갖추고, ‘한국형 원전 해체 표준 모델’을 정립해 글로벌 해체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원전 해체 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