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초 압구정2구역 조합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관계자들을 시청으로 불러 조합원 대상 개별 홍보 활동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동시에 강남구청에 공문을 보내 특별 단속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압구정2구역은 시공 능력 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경쟁 중인 대표적인 정비사업지로, 총 사업비는 약 2조4000억 원에 달한다. 조합은 다음 달 18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 뒤 9월 말 시공사 총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두 건설사는 입찰 공고 이전부터 조합원 초청 기반의 개별 응대를 조용히 이어가고 있다. 다만 외부에 드러나는 공개 투어나 단체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삼성물산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맞은편 건물에 조합원 전용 프라이빗 홍보관 ‘S.라운지’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해당 건물은 2023년 초 재건축 후 리뉴얼된 공간으로 현재는 조합원 사전 등록자에 한해 개별 초청 형식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이곳에서 자사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 역량을 설명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미래 단지 축소 모형과 설계 개요, 초고층 시공 사례, 층간소음 저감 기술, 친환경 시스템 등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프라이빗 응대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3년 강남구 신사동에 부지를 매입해 ‘디에이치 갤러리(The H 갤러리)’를 새롭게 이전 개관했으며 지난해 압구정2구역 조합원을 대상으로 초청을 시작했다. 기존 갤러리는 양재에 있었으나 압구정과의 거리 접근성을 고려해 이전한 것이다. 해당 공간에서는 브랜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압구정 지역의 역사성과 기술력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의 개별 초청 또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상 ‘개별 홍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고시한 시공자 선정 기준 제15조는 “건설업자, 홍보용역업체 임직원 등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 홍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10조는 “개별 홍보 등의 행위가 1회 이상 적발될 경우 입찰 참가 무효”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홍보관 초청이나 투어도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공고 전이라 하더라도 과열 양상이 우려돼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강남구 역시 서울시 요청에 따라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 압구정2~5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과 과열 경쟁 방지와 정비사업 수주 문화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강남구 재건축정책실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지난주 회의 관련 공문을 전달받았다”며 “그 안에는 입찰 공고 이전 활동도 사전 홍보로 간주할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포함돼 있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강남구 차원의 기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해석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 지침은 홍보 금지 시점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조합이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 이후부터 홍보 준수 서약서 등 제약 조건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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