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모든 AI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안정된 수익 모델로 인해 부채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AI 경쟁이 본격화되며 채권을 발행한 후 자금을 조달해 AI 투자를 집행하는 빅테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AI 투자 대비 수익성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으면 재무 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1분기(1∼3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 부문,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66%, 72%로 미국 빅테크의 영업마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 전망대로라면 올해 삼성전자(영업이익 350조 원)와 SK하이닉스(영업이익 255조 원)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비슷한 수준의 이익 체력을 갖게 된다.
그에 비해 아직 한국 메모리 반도체 2사의 시가총액은 미국 빅테크 대비 20∼40%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빅테크 대비 이익 변동성이 높고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할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AI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퀀텀 점프되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AI용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들의 맞춤형 생산 증가로 이익 변동성이 크게 낮아진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폭발적 이익 증가의 배경에는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공급 문제가 있다. AI 추론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 증가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본격화됐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 물량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시장에 공급된다.
반도체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를 주가수익비율(PER)로 새롭게 볼 것인가, 기존 시각인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내년까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낙관론과 성장률 둔화에 따른 ‘피크 아웃’을 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자들은 과거 메모리 반도체의 주기적인 변동성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이익이 좋지만 향후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AI 사이클이 2∼3년 지속된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주문자 맞춤형 생산으로 바뀌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진다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로봇,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투자에 있어 ‘이번은 다르다’란 논리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번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AI 기업들의 고평가 논란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맞지 않았다.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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