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아팠던 시절, 한옥 창 열면 이상향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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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창 저편’ 환기미술관서 개막 김환기 화백 부부와 인연 고스란히 달과 창 출발점으로 예술세계 펼쳐 “미지의 공간에 대한 희망으로 버텨” 24일 환기미술관에 선 김주영 작가. 198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김향안을 만난 인연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환기 화백의 유작전이 열리던 1987년 프랑스 파리의 한 전시장. 손님을 맞이하던 아내 김향안은 관객으로 온 한국인 유학생의 이름을 듣고 놀라 되물었다. “네가 김주영이니? 널 찾고 있었다. 작업실이 어디야?” 김향안은 1982년 환기재단 미술 공모전에 출품했던 젊은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다. 작업실이 없어 우물쭈물하던 가난한 작가의 모습을 본 김향안은 “당장 작업실부터 구하라”고 꾸짖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환기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김향안과 인연을 맺은 김주영 작가(79)가 약 40년 전의 서정과 감성을 다시 서울 환기미술관에 펼쳐 놓았다. 2026 환기재단 작가전 ‘김주영, 창 저편’이 환기미술관 별관에서 24일 개막했다. 1980년대 청년 시절 닫힌 한옥 창살 틈새로 그리워한 미지의 세계를 그린 연작 ‘저편의 환상’. 전시장에서는 시골집에 버려진 수십 년 된 한옥 창을 가져다 놓은 설치 작품과 조각 등을 볼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전시장에 가면 김 작가가 1980년대 프랑스로 떠나기 전 그렸던 ‘저편의 환상’ 연작, 파리 8대학 박사 과정 시절 그린 폭 10m 회화 ‘심연의 달’(1986년)부터 최근 완성한 ‘알레고리, 창 저편―철수의 파라다이스’와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좁은 계단을 지나야 하는데, 여기서 김향안이 김 작가에게 보낸 자필 편지 여러 점도 읽어볼 수 있다. 편지 속에서 김향안은 ‘아쉬운 대로 보태서 쓰라’며 수표를 보내 주거나, 작업실을 구하는 데 필요한 재정 보증서를 써주고, (전시 같은) 무슨 기회가 있으면 추천하겠다고 끊임없이 김 작가를 독려한다. 김 작가는 “파리 작업실이 생긴 뒤 와서 보시고는 ‘네 맘대로 해봐’라고 담백하게 말했던 그분의 냉철함과 온화한 관심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작가는 예술가에 대한 김향안의 조건 없는 애정과 김환기의 그림 속 달, 창과 같은 서정을 출발점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저편의 환상’ 연작은 1980년대 어렵고 아팠던 현실 속에서 막연하게 동경했던 창 너머의 이상향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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