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몰래 검색한 그 단어, 당신의 진짜 욕망일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1 day ago 6

검색 데이터로 대중의 속마음 읽는 어센트코리아
전 국민이 구글-네이버서 찾은 매월 2억개 검색어 분석, 분류
검색 이유와 이후 행동도 파악… 비슷한 관심 소비자 집단 발굴
“미국 검색 데이터도 곧 서비스… 한국 제품 수출에 도움 되고파”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가 20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검색어 기반 소비자 의도 파악 플랫폼 ‘리스닝마인드’를 이용해 분류한 ‘무알콜 맥주를 찾는 전형적인 고객군’ 분포를 설명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가 20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검색어 기반 소비자 의도 파악 플랫폼 ‘리스닝마인드’를 이용해 분류한 ‘무알콜 맥주를 찾는 전형적인 고객군’ 분포를 설명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사람들의 고민이나 욕망이 소셜미디어에 다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검색’에 진짜 욕망이 담겼죠. 낮에 ‘다이어트 성공’ 사진을 올렸어도 밤에 몰래 ‘살 덜 찌는 야식’을 검색하곤 하잖아요.”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이사(55)는 검색 데이터의 힘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정하기 힘든 논리다. 어센트코리아가 검색 데이터를 파고든 배경이기도 하다. 기존 마케팅, 상품 기획, 시장 조사 방식은 표본조사, 설문, 소셜 버즈 분석 등인데 모두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는 환경에서 수집된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고객이 아닌 비(非)구매자나 잠재 고객 수요는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설문조사나 소셜미디어 분석은 감정, 의견, 자랑 같은 ‘공개할 의사’가 있는 데이터에만 머물러 있다. 그러나 검색 데이터는 욕망, 필요, 고민, 번민, 과제같이 소비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 준다. 표본조사도 아니고 검색 데이터를 모두 들여다보는 전수조사다.

어센트코리아는 검색 데이터를 분석, 분류하는 솔루션 플랫폼 ‘리스닝마인드’를 개발했다. 구글, 네이버 등에서 매월 2억 개 넘는 키워드를 수집해 분석한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월 약 2억 종의 검색어(키워드)를 검색한다고 한다.

20일 서울 강남구 어센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리스닝마인드는) 소비자가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어떤 흐름으로 정보를 탐색하며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며 “고객의 인텐트(intent, 의도)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며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했다.

● “검색어 분류로 비슷한 관심사 그룹 도출”

리스닝마인드는 검색 데이터 기반 인텐트 분석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구축했다. 핵심은 검색 데이터 전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미 특허를 받았다. 이 기술을 토대로 리스닝마인드에는 여러 분석 기능이 탑재됐다.

먼저 ‘인텐트 파인더(의도 파악 기능)’가 있다. 최다 100개 검색어를 입력할 수 있는데, 관련된 모든 키워드를 추출해 검색량, 연령 및 성별, 광고 경쟁도(度), 클릭당 비용(CPC), 트렌드 등을 자동 분류한다. 사람들이 검색을 한 번에 끝내는 경우는 드물다. 베트남의 뜨는 여행지를 검색해 봤다면 다음에는 지역별 숙소 가격과 맛집 정보를 검색한다. ‘패스 파인더(경로 파악 기능)’를 이용하면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 사용자가 이후 어떤 키워드로 이동했는지 7단계까지 검색 경로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여정’과 행동 패턴을 알 수 있다.

‘클러스터 파인더(집단 파악 기능)’도 있다.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뒤 2∼3단계 연관 검색어를 최대 2만 개 수집해 검색 시퀀스 유사도(度) 기반으로 묶어 낸다. 예컨대 ‘탈모’ 키워드를 검색한 20대 남성 페르소나(특정 고객 그룹을 대표하는 가상 인물)가 어떤 경로로 제품 정보와 후기, 치료법 등으로 이동해 가는지를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 집단이 실제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센트코리아는 한국인이 검색하는 매월 2억∼3억 개의 키워드 관련 정보와 검색 결과 페이지를 네이버와 구글의 공식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및 자체 정보 수집 프로그램(크롤러)으로 수집한다. 이를 통해 각 키워드의 연관성, 검색 의도, 검색량, 클릭 행동 등을 분석한다.

박 대표는 “단순히 어떤 키워드가 인기인가를 넘어 왜 검색하는지, 검색 이후 고민과 행동은 무엇인지까지 분석하는 솔루션은 (리스닝마인드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글로벌 검색엔진최적화(SEO·자사 사이트를 검색엔진 상위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과정) 솔루션은 고객 여정이나 페르소나, 클러스터 분석이 되지 않아 사실상 비교에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상품 기획 넘어 정책 개발에도 활용”

박 대표를 비롯한 4명이 쓴 책 ‘인텐트 마케팅 혁명’(2025)에 따르면 종근당건강은 지난해 리스닝마인드를 도입해 ‘아임비타’ 같은 건강기능식품 마케팅에 활용했다. 비타민 시장 후발주자인 터라 시장에서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잡는 것(포지셔닝)이 중요했다. 리스닝마인드를 통해 대중이 비타민제에서 바라는 것이 ‘얼마나 빠르게 에너지를 끌어올리는가’임을 확인한 종근당건강은 ‘원샷 원데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즉효성’을 강조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해 효과를 봤다.

어센트코리아 직원들이 지난해 일본 ‘마케팅 위크 박람회’에서 리스닝마인드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어센트코리아 제공

어센트코리아 직원들이 지난해 일본 ‘마케팅 위크 박람회’에서 리스닝마인드를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어센트코리아 제공
어센트코리아는 일본 검색 데이터도 수집해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의 한 유명 컨설팅 회사는 리스닝마인드를 일본 정부 정책 수립 자문에 활용했다. 일본 국민이 ‘노인 빈곤’ ‘고령화’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실제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대안을 찾는지 등을 분석해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삼성물산, LG전자,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국내 유명 기업이 리스닝마인드를 사용 중이다. 비공개 서약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회사도 많다. 박 대표는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경로로 정보를 탐색하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감과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수작업으로 키워드 분류해 컨설팅하다 자동화”

제일기획 출신으로 마케팅 컨설팅을 하다 2013년 삼성전자 휴대전화 갤럭시 S3의 일본 진출 마케팅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한국 가전 기업의 일본 진출이라는 중요한 프로젝트여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는 것. 박 대표는 “현지 소비자들이 뭘 고민하는지, 어떤 흐름으로 정보를 탐색하는지 알 길이 없어, 키워드 20만 개를 직접 손으로 분류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자동화 필요성을 느끼고 10년간 검색 데이터 자동화와 인공지능(AI) 활용에 매달렸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리스닝마인드 개발에 착수해 2023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데이터가 적으면 결과가 ‘예쁘게’ 안 나오고, 임계치를 넘어야 의미 있는 인사이트가 나온다” 것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배웠다. 3년간 서버 350대, 개발자 30여 명과 함께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엔진을 완성했다. 그는 “앞으로는 AI에 ‘한국 20대 여성의 비건 화장품 트렌드’를 물으면 그럴듯하게 엮은 보고서가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한 리포트를 바로 대답해 주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한양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 경영대학원(MBA)을 마쳤다. 제일기획과 라이코스, SK커뮤니케이션즈, 넥슨재팬 같은 국내외 정보기술(IT)과 마케팅 기업에서 전략, 기획, 마케팅을 경험했다. 검색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소비자 의도를 분석하는 인텐트 마케팅 분야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 “미국 데이터 완성하면 한국 수출에도 도움될 것”

검색 데이터 기반 인텐트 마케팅은 개인정보보호 강화, 쿠키 기반 타깃팅의 한계 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어느 기기에서 접속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아예 취급 대상이 아니어서 개인정보보호 이슈와는 거리가 멀다.

어센트코리아는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매월 6억∼10억 개의 검색어 정보를 수집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미국 대중의 의도를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한다면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한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 아이디어가 더 다양해지고,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막대한 서버 사용료와 적절한 데이터 품질 관리 등이다. 지금은 연간 수천만 원의 이용료가 필요한 대기업 대상 서비스만 있지만 중소기업용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개인을 추적하지 않고 집단의 흐름과 의도만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검색 데이터 기반 인텐트 분석은 앞으로 세계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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