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 안도 사쿠라 첫 한국 영화 "처음엔 못 하겠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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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과 <괴물> 등을 통해 동시대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 안도 사쿠라. 자극적인 감정의 폭발보다 설명되지 않는 순간의 결을 붙잡아온 그녀의 연기가 정주리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도라>에서도 이어졌다.

배우 안도 사쿠라 / 사진. ©SusyLagrange,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배우 안도 사쿠라 / 사진. ©SusyLagrange,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도라>는 안도 사쿠라의 첫 한국 영화 출연작이다. 상처 입은 인물들이 서로의 경계 안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의 제작에는 프랑스·룩셈부르크·일본이 참여했으며 이번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됐다. <도라>의 첫 시사를 마친 후, 칸의 해변에서 배우 안도 사쿠라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가 울면 사람들도 운다, 그냥 줄줄 운다… ‘신의 연기자’ 안도 사쿠라

“처음 읽었을 때는 못 하겠다고 말했어요. 저는 한국어도 못 하고, 성적인 장면들을 연기할 생각도 없었고, 저에게는 정보량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라고 느껴졌어요. 제 안에 이미 있는 에너지와 이 작품의 드라마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의 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좋은 시나리오였지만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정주리 감독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가 마음을 움직였다. 안도는 그 편지 안에 자신을 작품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자신의 리듬과 감각에 맞춰 함께 조율해가겠다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 편지를 읽고 나서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 <도라>의 공식 상영회에서 배우 안도 사쿠라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 <도라>의 공식 상영회에서 배우 안도 사쿠라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처음에는 언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녀였다. 언어를 완전히 체화하지 못한 배우의 연기 때문에 관객이 영화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었다.

“언어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설정으로 연기하면 영화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도 믿고 있었다.

“평소에도 저는 언어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뿐 아니라 모든 것에서 말이 모든 답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쩌면 이번 촬영이 그 믿음에 확신을 더하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현장은 프랑스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뒤섞인 독특한 환경이었다.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촬영은 진행됐지만, 안도는 오히려 그 안에서 언어를 초월한 감각을 경험했다고 한다.

“힘든 순간에도 단순히 말로만 서로를 격려한 게 아니라, 정말로 함께 공유하며 극복해냈어요.”

인터뷰에서 그녀가 반복해서 언급한 것은 ‘보호’였다. 특히 함께 연기한 배우 김도연(도라 역)에 대해서는 작품이 상처로 남거나 나쁜 기억이 되지 않기를 강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그녀에게 이번 작품이 나쁜 영화를 촬영했던 기억이나 경험으로 남지 않기를 바랐어요.”

영화 <도라> 스틸컷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도라> 스틸컷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안도는 연기라는 행위 자체가 몸과 기억에 깊게 각인되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일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기억이 몸에 새겨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평생 남을 테니까요. 조금이라도 상처나 마음에 남는 게 생긴다면, 나는 계속 당신의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녀는 과거 영화 현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방식들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힘든 제작 과정에서 억지로 강하게 버티는 것이 미덕이라는 통념 말이다. 특히 아이를 낳은 이후, 배우와 스태프를 보호하는 환경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지켜야 할 부분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어도, 문화도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신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안도는 오히려 그런 상황일수록 사람이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버티지 마. 놓으면 떠오른다.”

안도 사쿠라가 연기한 나미의 이 대사는 결국 배우 자신을 향한 문장이기도 하다. 영화와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생길수록 오히려 스스로 더 부드럽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 안도 사쿠라 / 사진. ©SusyLagrange,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배우 안도 사쿠라 / 사진. ©SusyLagrange, 에피소드컴퍼니 제공

배우로서의 욕망에 대한 질문에 안도 사쿠라는 뜻밖의 대답을 한다.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감정이나 극단적인 장면이 아니에요. 그 인물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 살아내는 것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안도 사쿠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화란 결국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압도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고 견디게 만드는 일에 더 가깝다는 점도 덧붙였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된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지난 17일 공식 첫 시사를 마쳤다. 감독주간은 새로운 영화적 시도와 동시대 감독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칸=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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